기자명 민영빈 기자
  • 입력 2018.09.13 17:42
<사진=JTBC 방송 캡처>

[뉴스웍스=민영빈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며 유족들에게 피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났다.

광주지법 민사14부(재판장 신신호)는 13일 5·18 관련 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등이 전 전 대통령과 전 씨의 아들 재국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5·18 관련 단체 4곳에 각각 1500만원씩, 조 신부에게는 1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또 회고록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출판, 배포를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5월 단체 등이 청구한 1차 소송과 조영대 신부가 청구한 2차 소송의 내용이 비슷한 만큼 같은 재판부에 배당해 재판을 진행해 왔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5·18 발생경위와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 외부 세력의 무장 폭동 등 5·18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특히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과 관련이 없고, 무차별적인 발포나 헬기사격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판결이나 5·18 진상규명 국회청문회, 5·18관련 법률 제정 과정을 보면 5·18은 신군부의 정권 장악에 반대한 광주 시민의 시위에 무리한 진압활동을 펼친 것으로 역사에서 판단하고 있다”며 판결 근거를 밝혔다.

이어 “역사에 대해 각자 다른 견해를 밝힐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며 “전 전 대통령은 계엄군 당사자들의 변명적 주장이나 일부 세력들의 근거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하면서 (5·18 관련 단체들과 조비오 신부 등)5월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논란이 됐던 헬기 사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5월 단체 등 5‧18 관련 4개 단체는 5·18을 왜곡‧폄훼한 전두환 회고록 폐기와 왜곡된 부분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출판과 배포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회고록 출판, 배포를 금지하기도 했다.

광주지법은 이들 단체가 요청한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는 도서 출판 및 발행, 인쇄, 복제, 판매, 배포, 광고 그 무엇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만 삭제한 채 회고록을 재출간했지만 5월 단체 등은 재출간된 회고록에서 발견된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2차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또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언급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것에 조카 조영대 신부도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은 손해배상청구 소송 외에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으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하는 등 건강상을 이유로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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