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09.16 06:22

한미 금리차·유동성 고려 올려야 하지만 각종지표는 부정적

이주열 총재 <사진=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인상 필요성' 발언과 함께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 한미간 금리 역전 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경기 침체와 고용문제,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수그러들었던 금리인상 필요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 이낙연 총리 '금리인상 필요성' 제기...한은은 반발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낙연 총리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 등이 생길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런 행정부의 간섭에 대해 못마땅한 표정으로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중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만약 한은이 금리인상을 결정한다면 다음달 18일 금통위가 유력하다. 이 때도 금리가 동결되면 올해 인상 가능 시기는 연말을 앞둔 11월30일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올린 뒤 9월까지 지속 동결 중이다. 현재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말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금리는 연 1.75~2.00%로 우리보다 상단에서 0.50%포인트 높다. 연준은 12월에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어 연말에는 최고 1.0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한미 금리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 급격히 빨라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경기침제 고용 부진 등으로 '여건' 성숙 안돼

다만 한은은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간 징후가 보이면서 금리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최근경제동향 9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KDI도 경기 하락 위험성을 지적했다. KDI는 ‘9월 경제동향’을 통해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고용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이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웍스DB>

특히 고용부진이 지속되는 흐름이다. 8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3000명 증가에 그치면서 2개월 연속 1만명 이하를 기록했다.

8월 들어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크게 받는 서비스업 고용이 감소 전환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보건·복지, 공공행정 증가가 지속됐으나 시설관리·사업지원 부진, 도소매, 숙박·음식 감소 확대로 1만2000명 줄었다. 

실제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아르바이트 고용이 잦은 숙박·음식은 7만9000명, 도소매는 12만3000명 각각 감소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월부터 취업자 수 증가가 매우 더디다”며 “9, 10월에도 잘해야 2~5만명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를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강행된다면 고용부진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고 통화정책여력 확보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은 금리인상은 적어도 고용과 내수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는 것이 확인돼야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집값 급등도 금리 때문?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난 13일 이 총리는 공교롭게(?) 금리 인상을 언급했다. 이에 시장은 이 총리의 발언이 정부가 부동산 문제의 원인으로 저금리를 꼽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금리에도 손을 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한은 부총재는 “통화정책을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위해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저금리가 부동산 열풍을 불러왔다는 일각의 지적에 정면으로 대응한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역전 폭 확대, 소득을 상회하는 가계대출 증가세, 일부 지역의 높은 주택가격 상승 등 한은의 금융안정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며 “고용 부진이 소비심리 하락이 아닌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한 한은 입장에서 금리인상 깜빡이를 끄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용 부진과 소비심리의 악화에도 실제 소비 흐름은 양호하다”며 “전망 경로가 유지되는 한 금리인상 기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