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5 06:20

손배소송 철회등 진상조사위 권고이행 불투명…"국가폭력 진실 밝혀야"

쌍용자동차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8월 7일 오후 서울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쌍용자동차 노사가 119명의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쌍용차 사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노사 간 평행선을 달렸던 해고자 문제가 봉합됐지만 사태가 최종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쌍용차 노조는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취하와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지난 13일 노‧노‧사‧정 대표가 참석한 사회적 대화에서 해고자 복직 방안을 합의해 지난 9년 간의 해고자 복직문제를 종결짓게 됐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복직 대상 해고자들의 60%를 먼저 채용하고 나머지도 내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부서를 배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가 참여한 노‧노‧사‧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사태를 해결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경영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노사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상생하는 길을 찾았다는 평가다.

해고자 복직을 합의했지만 쌍용차 사태에 마침표가 찍힌 것은 아니다. 가장 높은 산을 극적으로 넘었지만 아직 크고 작은 산들이 눈앞에 즐비해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사태 관련 6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에 공권력 과잉행사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또 국가가 노조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가압류 사건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쌍용차 노조의 공장점거 파업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장비를 다수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를 노조원에게 사용했는데 이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명박 전 대통령,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박영태·이유일 쌍용차 전 공동대표와 실무 책임자 처벌, 문재인 대통령의 쌍용차 진압 사건에 대한 직접 사과, 경찰청의 특별수사본부 구성 및 노조와해 비밀문서 조사를 통한 진실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오늘 합의로 해고자 복직문제는 마무리됐지만 국가 손해배상과 정리해고 소송판결에 대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파업노동자에 대한 무력진압과 기획공장에 대한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과제”라며 “사태 발생 10년이 되기 전에 이 모든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리해고의 부당함, 국가권력의 폭력과 공작은 아직도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단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정당했다’는 최종결론이 날 때 비로소 온전한 복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이 이를 모두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노조는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복직 이후에도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노조의 요구와 진상조사위의 권고에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큰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권고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해 배상금을 받지 않는다면 배임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데다 야권이나 보수단체에서 경찰 지휘부를 고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2심 재판부는 공장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장비 파손과 경찰관 부상 피해를 채권으로 보고 이를 노조에 행사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해고자 복직 교섭에서 손해배상 소송 철회 등 다른 문제들도 사측에 요구했지만 이사회 소관이라며 수용되지 않았다”며 “사태 최종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구두로라도 약속을 받은 만큼 시간은 걸리겠지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쌍용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경찰이 최루액과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등을 사용하고 노조도 화염병, 사제박격포 등으로 맞서면서 큰 논란이 빚어졌다.

당시 쌍용차는 2646명을 구조조정하는 기업회생안을 발표했고, 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 조합원을 포함해 지난 9년 간 해고자와 가족 30명이 자살 또는 병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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