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6 06:05

공정거래법 개정·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규제추가에 '진퇴양난'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재계 1‧2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같은 처지에 내몰려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면서도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게 두 회사의 최대과제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예고되면서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현행보다 10%p 올리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특히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한 이번 개정안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범위 확대 등도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지분율이 20% 이상이면 규제를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손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삼성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필요한 삼성전자 지분은 10%나 증가한 30%에 이르게 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30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무려 30조원에 달하게 된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유력하게 꼽혔던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총수일가 지분이 각각 20.8%가 30.38%에 달하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받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삼성웰스토리도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총수일가 지분 29.99%로 규제를 간신히 빠져나갔지만 새로운 법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같은 그룹의 이노션(29.99%) 역시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에 따른 새 자본적정성 산정 기준 적용시 자본비율이 110%대까지 급락할 위기에 처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새 자본적정성 기준인 중복자본, 집중위험, 전이위험을 모두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삼성의 자본비율은 111.5%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자본비율 328.9%에서 조정 후 217.3%p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119.7%까지 자본비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비금융계열사의 지분 매각 압력이 커지고 계열사간 출자도 어려워진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8%대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그룹사에 대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현장 점검을 시작한 것도 변수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7개그룹은 새 평가기준에 따라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큰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금융위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기준 적용으로 삼성의 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28.9%에서 100%p 이상 하락한 221.2%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자본비율이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거나 그룹 위험 관리실태 평가가 나쁠 경우에는 자본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거나 수십조원 가량을 더 증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당국의 규제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경영권을 위한 핵심계열사 우호지분 비중은 적은 상황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 3남매의 주식자산 가치 비중은 39.4%에 그쳤고 정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총수일가 자녀세대의 주식자산 승계비중도 43.2%에 머물렀다. 국내 상위 28개 그룹사의 자녀세대 보유 지분이 50%를 넘긴 것과 대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국내 환경에서 어떤 방법도 쉽지 않다“며 "특히 삼성은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우호 지분이 20%도 되지않아 지배력이 떨어지지만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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