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5.12.28 17:07

日 정부 책임 공식인정 '성과'…'법적 책임' 모호해 논란 재연 가능성도

28일 한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타결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안은 '절반의 성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동원된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 표명은 진일보한 성과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은 모호한 수준이어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기시다 외무상을 통해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총리 취임 이후 가장 전향적 사죄와 반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일본 정부가 가토담화와 고노담화 등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합의안이 지난 2012년 3월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가 거부된 '사사에안(案)'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당시 일본은 도의적 책임을 전제로 한 인도적 조치를 제안했다. 사죄와 반성도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자를 개별 방문해 사죄를 표명하고 일본 총리 서한으로 도의적 책임을 재차 인정하는 정도였다.

피해자 보상도 사사에안은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한 의료비 지원 등 인도적 조치에 국한됐으나 이번 합의안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금'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내용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기시다 외무상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본국으로 돌아가 '도의적 책임'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정대협 등 위안부 피해 단체가 요구하는 '법적 책임에 따라 배상금'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 및 반성을 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며 "국제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국제사회도 그렇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의 이날 사죄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와 반성의 심정을 말씀드린다"는 1993년 고노담화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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