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9 05:22

유엔 대북제재 해결전제 중장기 경협 미래비전 제시할 듯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부회장 등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경제인들이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홈페이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하는 4대그룹 최고경영진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종 결정권을 지닌 총수일가들이 직접 나서는 만큼 각자 사업분야에 맞는 통큰 투자계획이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사업논의보다는 투자에 대한 중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8일 시작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17명의 경제인이 이름을 올렸다.

4대그룹 가운데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1인자’인 그룹 총수가 직접 북한을 찾게 됐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 관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게 돼 이번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이들이 평양 땅을 밟게 된 이유는 직접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대기업 총수가 와야한다는 북한 측의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에서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 통일경제특구 설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등 본격적인 경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총수의 첫 방북 삼성전자, 평양서 TV 생산하게 될까?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총수가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열린 남북정상회담에는 건강이 좋지 않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윤종용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번에 북한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사업을 핵심으로 한 대북 투자계획을 구상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999년부터 평양에서 TV, 유선전화기, 라디오 카세트 등 가전제품을 위탁생산하다가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난 2010년 이후 철수했다. 지난 사례로 미뤄볼 때 TV생산 재개가 삼성전자의 대북투자 핵심이 되지 않겠냐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 현대차그룹, ‘한반도 신 경제지도’ 핵심축되나?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권과 러시아, 서해권과 중국을 잇는 지형적 이점을 활용해 에너지·자원·물류·교통 벨트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남북경협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철도·도로 구축 분야에서 집중 투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로템,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인프라 구축 사업에 꼭 필요한 계열사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대북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건설사이고 현대로템은 국내 전동차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는 전동차 회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에서 선정한 29개의 북한 핵심 철도 노선 사업이 시행되고 북한 지하철이 고도화될 경우 향후 신호‧통신사업시스템 22조원, 철도차량 10조원 규모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두 번째 평양 찾는 최태원 SK 회장, ‘인프라 구축’ 투자 가능성

이번에 북한을 찾는 4대그룹 최고 경영진 가운데 맏형인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평양 방문이다. SK텔레콤과 SK에너지, SK건설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SK그룹은 통신‧에너지‧도로망 등 SOC(사회간접자본) 구축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에너지와 SKE&S는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산 천연가스를 들여오면 천연가스를 액화해 운송하는 LNG(액화천연가스)보다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SK텔레콤은 낙후된 북한의 통신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 아직 3G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북한은 휴대전화 보급대수도 지난해 기준 500만대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젊은 총수’ LG 구광모 회장, 통신·전자 부문서 투자 구상?

올해 40세의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첫 공식 일정이 이번 북한 방문이 됐다. LG그룹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 계열사를 갖고 있어 SK그룹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LG전자는 삼성전자와 같이 지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에 TV생산을 위탁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가전 위탁생산 사업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북한 SOC 7개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경협사업 TF를 본격 가동하고 주요 전략과 로드맵 구성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2000년 8월 북측으로부터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SOC 사업권을 얻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10년 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의지와 확신으로 준비해온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성급한 기대는 금물…국제사회 ‘대북제재’부터 풀려야

4대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북한에 풀어놓게 될 선물은 ‘한 보따리’지만 어디까지나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됐을 때 이야기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물론 물적· 인적자본의 이동이 차단된 상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투자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방북했지만 북한 문제는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풀어야 한다‘며 ”대북재재 해제를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