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9 06:00

결함 입증책임 제조사에 물어야…OBD 정보로 객관적 판단가능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자동차 급발진은 지난 1980년 초부터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가 포함되면서 동시 발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급발진은 운전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차량이 급격하게 돌진하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솔린엔진에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이 급발진 전체 발생건수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디젤엔진 조건이라 판단되고 있다. 물론 전체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중 약 80%는 운전자의 실수로 추정되며 나머지 20% 정도가 실제로 자동차 급발진사고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발생 이후에 운전자가 모든 사항을 뒤집어쓴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한건도 관련 사고에서 승소한 경우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급발진 사고 원인을 운전자가 밝혀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한 원인을 피해자 가족이 밝혀야 하는 구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승소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재연이 불가능해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국내의 경우 운전자는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이며 아예 싸움조차 할 수도 없는 조건이다. 그래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국내외 메이커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급발진사고가 발생하면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은 운행기록계를, 승용차 등은 사고기록장치인 EDR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언급하는 EDR은 주 용도가 사고기록장치가 아니라 메이커가 자사 차량의 에어백이 터지는 전개과정을 보기 위해 에어백 ECU에 넣은 소프트웨어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기록도 되지 않고 주로 자동차 엔진 등의 관련 기록만이 있어서 반쪽짜리 자료 확인이 가능한 실질적인 사고기록장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치는 메이커의 면죄부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결론이 도출되지 않아도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급발진 문제의 해결방법을 두 가지 측면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자동차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을 메이커가 지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동차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을 메이커가 밝혀야 하는 구조가 구현된다면 획기적으로 소비자의 목소리 반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 최근 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국회의 여야도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절름발이 상태인 자동차 분야의 편향된 법적인 구조를 획기적으로 균형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사고의 진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다. 2009년 후반부터 출고된 자동차는 모두가 OBD2라는 진단 커넥터를 통해 모든 주행정보가 기록된다. 운전자의 가속페달을 실제로 밟았는지, 어느 정도 밟았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인 셈이다. 현재 다마스, 라보라는 모델만 제외하고 모두 차량에 있는 최고의 디지털 데이터다.

이 정보는 수년 전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 급발진연구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입증된 자료인 만큼 자동차 급발진 원인이 자동차 결함인지 운전자의 실수인지를 정확하고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다. 앞서 언급한 EDR에 가속페달 정보를 넣는 방법도 좋을 것이고 필자의 연구회에서 개발 입증된 수만 원대의 자동차 블랙박스를 탑재해도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나 메이커가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책임소재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자동차 관련 소비자단체도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현재 자동차 급발진 문제로 고통 받는 관련 모임의 회원이 1000명이 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했으면 한다. 소비자가 억울하게 패소하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재판부도 일방적으로 불리한 소비자입장을 반영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