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9 06:10

한국소비자 취향 맞는차종 없어…획기적인 개선으로 '환골탈태' 해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다시 힘차게 달린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영정상화의 신호탄을 쐈지만 기대했던 판매회복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고객들을 ‘앰버서더’로 임명하고 협력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결의하는 등 신뢰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수 판매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의 지난 8월 판매실적을 뜯어보면 주력차종들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스파크(3303대)는 전월 대비 7.5%, 전년 동월 대비 18.1% 줄었고 말리부(1329대) 역시 전월 대비 26.7%, 전년 동월 대비 46.3%나 급감했다. 트랙스 역시 838대로 전월 대비 26.3%, 전월 동월 대비 38.6% 쪼그라들었다. 한창 신차효과를 누려야 할 이쿼녹스는 고작 97대에 그쳐 출시 첫달인 전달(191대) 보다도 49.2%나 추락했다. 주력차종들이 부진한 탓에 지난달 한국지엠의 총 내수 판매량은 7391대에 머물렀다. 지난해만 해도 최소 1만대를 넘기며 내수 3위를 사수했지만 벌써 옛일이 됐다.

한국지엠이 이토록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길 매력적인 차종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기껏 출시한 신차는 미국에서 그대로 들여오는 ‘무늬만 국산차’일 뿐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진 패키징을 갖고 있다. 수입방식이기 때문에 차량가격, 보험료, 수리비 등에서도 경쟁차종에 비해 불리하다. 1600CC의 작은엔진을 달아 연간 세금은 싸지만 ‘스펙’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지난 5월 출시된 더 뉴 스파크 역시 한국지엠 최다 판매차종이지만 기아차 모닝에 밀리며 판매량이 꾸준히 줄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23일 열린 더 뉴 스파크 출시행사에서 차량을 배경으로 'Chevrolet is Back'이라는 글이 선명히 적혀있다. <사진=한국지엠>

그나마 쉐보레 라인업에서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고 인정받고 있는 전기차 볼트EV 역시 전량 수입되기 때문에 물량 수급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차체와 풍부한 편의사양, 합리적인 가격 등을 원하지만 현재 쉐보레 라인업에서는 이 같은 차종을 찾아볼 수 없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가격은 비싼데 편의사양은 적고 동력성능도 뒤떨어지는 게 쉐보레 차종의 현실이다. 메이커에 심한 알러지가 있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현대‧기아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GM은 기아차 카렌스보다 잘 팔리던 올란도를 한국에서 단종시킨 뒤 후속모델을 중국 전략형 차종으로 만들었다. 중국시장과 한국시장을 대하는 온도차가 뚜렷한 GM이다.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시장 분석에 실패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지엠은 판매회복을 위한 상품성 개선이나 전략차종 출시에 대한 생각이 없어 보인다. 향후 10년간 국내에 체류하며 글로벌 신차 2종을 배정하겠다는 약속 뿐이다. 한국정부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고 한국에 공장을 두고 한국의 노동자들을 쓰는데도 말이다.

현대차 싼타페 판매량이 한국지엠의 모든 라인업을 더한 것보다 많은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독과점 구조가 심각해지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위해서라도 한국지엠에는 한국형 ‘전략차종’이 필요하다. 수박 겉핥기식 신뢰회복 방안과 어중간한 수입차 판매가 아닌 한국 소비자들을 홀릴만한 상품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뚯이다. 진정한 ‘환골탈태’로 판매회복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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