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09.23 06:37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산 중 정보통신기술(ICT) 또는 전자상거래업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이 인터넷은행업으로 진출할 수 있게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3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나오지 않아 특례법의 제정 의미가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용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후보로 거론되거나 진출을 검토했던 ICT기업들은 최근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국내 포털 시장을 양분하는 카카오와 비교되며 인터넷은행 진출예상 기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진출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15년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바 있고 미래에셋대우를 금융 파트너로 삼아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됐지만 정작 특례법이 통과된 현재 미지근한 반응이다.

네이버는 올해 자산이 7조1000억원으로 조만간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들어가지만 특례법 제정으로 ICT기업의 규제 예외 조항이 시행령에 담길 경우 수혜대상이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네이버페이 등 인터넷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하고, 해외에서도 핀테크 사업 영역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후보로 언급된 넥슨과 넷마블 역시 진출 계획이 없고 사업 검토 중인 것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양사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영위하는 ICT기업으로 이번 특례법 처리로 수혜대상이 된다. 양사의 자산은 모두 5~6조원대로 향후 10조원이 넘더라도 규제대상이 아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부실논란에 휩싸여 있고 카카오뱅크도 현재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진출을 고려했던 기업이 생각을 바꾼 것 같다”며 “기존 은행권 역시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며 인터넷은행 영역을 커버하고 있어 진출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참여기업을 늘릴 방법은 뭘까. 무엇보다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 ICT기업이 기술과 혁신성을 활용할 길을 열어주거나 참여 업종을 확대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먼저 ICT 혹은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축척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 현재 금융사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고객과 거래과정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기술력과 혁신성을 이유로 ICT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면 빅데이터 활용 등 규제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또 여야가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ICT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업까지 확대한 것을 볼 때 참여 업종이 제한적이었다고 느낀 듯하다. 실제 인터넷은행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해외 사례를 보면 ICT와 전자상거래, 기존 은행권, 제조업, 제2금융권 등 다양하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ICT기업 기반의 인터넷은행은 시장에서 대부분 퇴출됐다. ICT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운영할 최고 적임자라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제3 인터넷은행 참여자를 늘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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