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23 06:30

18km/ℓ 웃도는 연비 최대강점…직관성·가격 등은 아쉬워

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SUV QM3.<사진제공=르노삼성>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QM3는 한국지엠 트랙스와 함께 국내 소형SUV 시장을 싹 틔웠던 모델이다. 트렌디한 유럽 감성이 물씬 들어간 QM3는 국내 출시 후 7분 만에 1000대가 팔려 나갔을 만큼 천편일률적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자동차이기도 하다.

프랑스 르노가 ‘캡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판매하는 QM3는 유럽 소형SUV 시장에서 4년 연속 판매 1위를 달성한 저력을 갖고 있다. 첫 선을 보인지 어느덧 5년이 지나 살짝 힘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나름대로의 ‘가치’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태생 QM3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디자인’이다. 남성적 스타일의 코나와 티볼리, 트랙스 등 경쟁차종과 달리 ‘SUV’라는 이름을 달고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빚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차체는 작은 편이지만 SUV 특유의 둔탁한 이미지를 벗고 날렵하고 매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특히 QM3는 지난해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되더니 잘생긴 형님인 QM6와 묘하게 닮은 티가 난다. C자 모양의 LED 데이라이트가 패밀리룩 형태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후면부도 LED램프가 신규 적용되면서 더욱 세련된 분위기를 갖게 됐다.

르노삼성 QM3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이번 시승차는 QM3의 개성있는 스타일을 한껏 강조해 줄 아타카마 오렌지 색상을 입었다. 'SUV'와 오렌지색은 언뜻 생각하면 ‘물과 기름’ 같은 느낌이지만, SUV 보다 소형 해치백에 가깝게 디자인된 QM3는 튀는 색상을 멋들어지게 소화해냈다.

특히 LED 퓨어비전 헤드램프와 코너링 램프는 물론 일부 수입차에서 보던 다이내믹 턴 시그널(LED 방향지시등)을 동급 최초로 적용해 밤에 보면 상당히 화려한 인상이다.

QM3는 일반적인 SUV로 보기엔 어려울 만큼 차체가 낮은 편이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아보면 세단보단 확실히 시야가 넒은 편이다. 차체는 작지만 개방감이 크기 때문에 초보운전자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름 SUV이기 때문에 헤드룸이 세단보다 여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앉은키가 큰 편인 기자의 경우 아반떼 등 준중형세단은 최대한 시트포지션을 내려도 답답하게 느꼈지만 QM3는 상대적으로 쾌적한 느낌을 받았다.

반면 실내 레이아웃은 최소 2180만원(개소세 인하 기준)인 차량가격을 고려했을 때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전면 센터페시아를 블랙 하이그로시로 뒤덮긴 했지만 모닝‧스파크 등 경차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단촐한 구성이 흠이다. 소형차에 고급감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표를 생각해보면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QM3의 이지파킹 작동모습과 시트조절 다이얼, 크루즈콘트롤 위치. <사진=박경보기자>

특히 QM3는 클리오와 마찬가지로 실내의 전체적인 직관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1열 시트를 눕히려면 일단 센터 콘솔박스부터 뒤로 젖힌 후 뒤에 숨은 원형 다이얼을 열심히 돌려야 한다. 크루즈컨트롤 버튼도 스티어링 휠이 아닌 운전석 컵홀더 근처에 붙어있어 운전 시 버튼을 더듬어 눌러야 한다. 열선버튼도 마찬가지로 시트에 붙어있어 운전자 기준 왼손을 더듬거리며 버튼을 찾아야 한다.

QM3의 특화된 선택 편의사양은 이지파킹과 스마트 커넥트(T맵 내비게이션) 정도를 들 수 있다. 이지파킹은 360도 모든 방향을 어라운드뷰 모드로 볼수 있는 기능으로 초보운전자라면 주차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네비게이션은 실시간으로 빠른 길 탐색이 가능한 T맵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7인치 화면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운전석에 앉아 QM3의 시동을 걸면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엔진음은 다소 시끄럽지만 디젤답게 액셀레이터에 발을 올리면 토크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QM3는 최고출력이 90마력에 불과해 동력성능이 다소 저평가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2.4kg.m의 최대토크를 내기 때문에 실용영역에서 불편함을 느끼긴 힘들었다. 130km/h 이상의 고속주행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지만 시내주행이나 정속주행에서는 생각보다 거동이 가볍다. 특히 소형차 치고 고속안정감이 느껴지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고속주행을 위해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1500CC의 작은 엔진 탓에 알피엠이 높게 치솟지만 주행자체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편이다.

QM3에 적용된 독일 게트락사의 6단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양날의 검’이다. 연비 위주로 세팅된 QM3의 파워트레인은 소형 디젤엔진과 DCT가 맞물려 최고의 연비를 자랑한다. 일반적인 토크컨버터를 사용하는 자동변속기보다 수동변속기 기반인 DCT가 효율성도 높고 변속감 역시 부드럽고 재빠르다. 2개의 클러치가 번갈아가며 엔진과 연결되기 때문에 동력손실도 적고 변속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타사의 DCT도 마찬가지지만 QM3의 DCT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에서 썩 유쾌한 기분을 주진 않는다. 저속영역에서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뒤에서 잡아끄는 듯 급격히 감속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차체가 울컥울컥하기 때문에 승차감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QM3의 주행모습, <사진제공=르노삼성>

하지만 QM3의 파워트레인이 매력적인 것은 압도적으로 높은 연비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QM3의 복합연비는 17.3km/ℓ에 달하고 고속도로 공식연비는 18.6km/ℓ이다.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고속영역에서 모터를 쓸 수 없는 하이브리드차보다 연료비를 적게 쓸 수 있다.

실제로 자유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약 170km 가량 자동차전용도로로 주행한 결과 계기판에 찍힌 평균연비는 18.3km/ℓ이었다. 시승 특성 상 급가속과 고속주행을 반복했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다. 심지어 서울 도심의 꽉 막힌 출퇴근길에도 14.0km/ℓ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연비를 위해 정속주행 한다면 22~23km/ℓ정도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총평

QM3의 매력은 명확하다. 특출난 외모와 압도적인 연비를 갖춰 젊은 운전자들에게 딱이다. 높은 시야의 SUV를 원하지만 투싼이나 싼타페가 부담스러운 초보운전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함께 태울 식구가 적고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동급 유일하게 리어 슬라이딩 벤치 시트를 적용해 최대 455리터까지 트렁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실용성도 갖췄다. 다만 2세대 후속모델은 수입방식이 아닌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맞춤형 차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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