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28 05:24

노조무력화 계획 문서유출…노-·사, 노-노간 진실공방 격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지도부들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지회 출범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금속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50년 무노조 경영에 마침표를 찍은 포스코가 노동조합을 놓고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포스코 노무팀의 노조와해 공작 관련 문서가 유출된 이후 노사갈등은 물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 노노갈등까지 점화됐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이 프레임 공세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노사관계가 크게 얼룩지는 모양새다.

◆ 추혜선 의원 "포스코가 은밀한 회의로 노조 무력화 방안 수립"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노무협력실은 23일 모처에서 은밀하게 노조 무력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며 당시 작성 중이던 문건과 회의 참석자의 노트를 입수해 공개했다.

추 의원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대한 악의적 선동과 다른 기업의 노조에 대한 명예훼손, 직원의 오픈채팅방에 대한 지속적인 사찰 흔적, 문재인 정부가 노사관계에 깊숙이 개입해왔다는 근거 없는 비방 등으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을 놓고 사측은 물론 포스코지회를 둔 금속노조와 포스코노조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는 한국노총 간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조합원들이 문건과 노트를 입수한 과정을 놓고 서로 ‘프레임 공세’라며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 포스코 "회의는 노사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방안 위한 것"

먼저 포스코는 금속노조가 자신들의 범죄행위는 감추고 정치인과 언론에 제보해 노무협력실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23일 본사 사옥에 대한 추석연휴기간 전기시설 보수로 전체 정전이 예고돼 노무협력실 직원 3명이 인재창조원 임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신원을 알 수 없는 5명이 침입해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컴퓨터 작업중인 내용과 사무실 내부를 불법 촬영하고 문서 일부와 직원 수첩 등을 강탈해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일부 직원이 회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동료들을 겁박하고 문서를 탈취해 경찰조사를 받은 사건을 일각에서 이를 왜곡하고 호도할 수 있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한다”며 “이날은 추석 연휴 첫날이지만 최근 노사관계 상황을 고려해 노사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방안 마련이 시급해 휴일근무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특정 노조에 대해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처리하고 있다”며 “노조원들도 적법하게 노조활동을 해야 하며 폭력, 절도 등 불법적인 행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사측이 한국노총 비대위와 결탁해 불법노동행위 자행"

하지만 금속노조 측은 사측이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비대위와 결탁해 포스코지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를 벌였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감추기 위해 무단침입과 절도, 폭력의 프레임을 씌워 진실을 가리려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조를 세우겠다고 다짐한 우리가 사측의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목격하고도 모른 척 지나쳤다면 오히려 우리는 포스코지회의 집행위원 자격이 없다”며 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문서 입수 과정에서 사측이 주장하는 폭력행위는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이번에 열린 회의가 사측의 주장대로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방안을 위한 것이 아닌 포스코지회의 무력화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 당시 화이트보드에 “비대위 가입 우수부서 발굴 홍보, 비대위에서 부서 분위기, 가입현황 등 단톡방에 홍보”라고 적혀 있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당시 노무협력팀이 강성노조의 부작용, H제철 현장 노무지휘 실태,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우려, 경영진 비리 등 의혹제기에 대한 엄정대처 필요 등 금속노조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문서를 작성 중이었던 점도 지적했다. 금속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해 포스코지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금속노조는 입수한 수첩에 “근로자위원 선거 관련”, “노경 구도는 예상시나리오 안에서”라고 적힌 것을 볼 때 사측이 노조를 무력화한 후 노경협의회체제로 가려는 시나리오를 꾸미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노총 비대위 "사실관계와 무관한 어용프레임에 갇혀"…금속노조와 대립각

한편 한국노총도 금속노조의 ‘어용노조’ 주장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조비대위는 성명서를 내고 “사측 노무팀이 회의시간에 비대위를 화이트보드에 언급한 것으로 순식간에 어용프레임에 갇혔다”고 반박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조합원 또는 외부세력들이 비대위에 사실관계와 무관한 어용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비대위는 “우리는 민주노총 포스코지회의 적이 아니며 지회는 사측이 비대위를 지원한다는 등의 소설을 쓸 것이 아니라 한명의 직원이라도 노조에 더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약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닌 민주노총은 권력과 힘으로 다른 노선을 걷는 노조와 조합원들을 핍박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포스코의 노조 설립을 둘러싸고 사측과 양대노총이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갓 출범한 최정우호는 출발부터 암초에 걸리게 됐다. 일단 최 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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