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28 05:55

경차·수동변속기·ISG 보급 확대 등 정부주도 절약대책 수립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우리의 자동차 문화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 탓에 에너지 낭비가 크고 겉치레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공유경제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성장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는 아직도 소유 개념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소요 에너지의 약 95%를 수입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소비증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게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을 원유 수입 등 에너지원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절약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몸에 배어 있어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도 부재한 상황이다.

우선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아직도 큰 차를 지향하고 있다. 배기량이 높고 큰 차를 지향하다보니 당연히 소모성 비용이 증가하고 도심지에서의 주차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연료 낭비는 물론 이에 따른 유해 배출가스도 높고 신차 구입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생각할 수 있다.

경차의 활성화의 한계점도 문제다. 국내 시장에서 경차의 종류는 세 종류에 불과하고 신차 출시도 활발하지 못하다보니 경차의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차의 점유율은 10% 내외에 머물고 있고 인센티브 정책도 예전과 달리 변한 것이 없어 일반인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경차는 엔진 성능 대비 무게가 무겁다 보니 도리어 준중형차보다 연비가 떨어지는 웃지 못할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경차 기준이 우리의 1000cc보다 훨씬 낮은 660cc미만이고 종류가 40가지가 넘어 다양한 경차문화가 형성돼 있다. 경차 튜닝은 물론 활성화로 점유율이 37%를 넘고 있을 정도다. 유럽 역시 다양한 차종이 출시되면서 경차 점유율이 약 50% 수준에 이르고 이탈리아는 약 60%에 육박하고 있다. 못살아서 경차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실용적인 이동수단의 순수 목적 등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큰 차를 운행하는 아이러니한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자동변속기 사용도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승용차는 약 95% 이상이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차종이다. 자동변속기는 신차 비용도 크게 올라가지만 유지비용도 크게 올라갈 수 있고 연료도 수동변속기에 비해 약 20% 이상 더 소비된다. 미국은 전체 차량에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지만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 유류비가 우리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유럽의 경우 아직도 전체 차량의 과반수가 수동변속기 차량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수동변속기를 아예 선택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다. 앞서 정부에서는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언급했지만 메이커들은 이를 무시한 바 있다. 에너지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또 유럽산 수입차는 모두가 공회전 제한장치인 ISG가 장착돼 있다. ISG는 신호등 앞에서 차량이 정지하면 엔진이 자동 정지되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자동으로 걸려 에너지를 절약하는 장치다.

반면 우리는 10여년 전 일부 차종에 시범적으로 시행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정부와 메이커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지가 전무하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펼쳤던 에코드라이브 같은 친환경 경제운전도 이제는 관심조차 없는 실정이다. 원전 폐지 등 에너지와 직결된 사안은 민감하면서 막상 사용하는 에너지 절약에는 무관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정도면 에너지 발생이나 사용에 대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지금부터라도 에너지절약에 대해 미래를 크게 보고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과 이에 따른 배기가스 축소 등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 정부의 각성과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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