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뉴스웍스
  • 입력 2015.07.06 17:18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하다

김현홍(KB국민은행 목포지점 팀장)

대포통장은 통장을 만든 사람과 실제 사용자가 다른 비정상적인 통장으로 금융경로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기에 악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파밍 등을 통해 입금된 자금을 CD기를 통해 출금하지 않고 법인계좌를 수십개 만들어서 창구에서 직접 인출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같은 대포통장의 양태가 1년 사이 확 바뀌었다. 개인이 통장을 개설할 때 신상 정보를 꼼꼼하게 살피거나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하는데 따른 것이다. 개인 명의가 줄어든 대신 법인 명의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한 지각변동이다.

최근 경찰청은 3월16일부터 두 달간 대포통장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8894개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대포통장을 명의자별로 보면 법인 대포통장이 전체 대포통장의 19.6%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특별단속 때의 4.3%에서 비중이 4배가량 증가했다. 개인 명의 대포통장은 같은 기간 95.6%에서 79.6%로 감소했다. 주거지의 지점에서만 통장을 개설해주는 등 은행권에서 개인 명의 대포통장 예방에 총력을 기울임에 따라 법인 명의 대포통장이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피싱사기 등에 사용됐다가 신고 접수된 대포통장은 4만4705건으로 2013년(3만8437건)보다 16.3%나 늘었다.

대출사기 관련 건을 포함하면 대포통장은 연간 8만4000건에 이를것으로 추산된다.

대포통장 증감률은 2013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2.1%로 줄어드는 듯 했으나 2013년 하반기(78.1%), 작년 상반기(14.2%)와 하반기(17.9%)에는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사기범들이 대포통장을 취득하는 방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게시판, 카페 등을 통해 약 120만원으로 통장을 매입하거나 저리대출, 취업 등을 빙자해 통장을 가로채는 수법, 개인신용정보를 매입해 통장을 개설하는 수법 등이다.

이같은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KB국민은행은 5월14일부터 대포통장 척결을 위해 전행 차원의 ‘대포통장 근절 협의체’를 구성하고, 고객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협의체는 6개 유관 부서 부서장과 실무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대책 수립과 효율적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협의체를 통해 대포통장 개설에서 자금 인출단계까지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유기적 협조체계를 마련하고,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펼쳐나가고 있다.

대포통장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시중은행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금융사기에 대한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사가 매우 중요하다.

현행법상으로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융거래정보 제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다 대포통장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기범이 대포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기 어렵게 하려면 일정금액 이상을 인출할 때 추가인증을 실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외국인 대포통장 명의인에 대해서도 금융거래 제한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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