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12.30 08:00

한ㆍ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격 합의를 이뤄졌지만 ‘합의무효’, ‘외교참사’ 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원자폭탄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문제 해결이 이번 합의로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까지 나와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3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합의는 우리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조약이나 협약에 해당한다”며 “국회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문대표는 “피해자들을 빼놓고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도 '최종과 불가역'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가해자의 법적 책임을 묻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이해해달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논의의 종지부가 아니라 논의가 시작됐다고 보아야 한다"며 "법적 책임을 분명히 이끌어낼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역사를 정치화한 미숙함이 불러온 외교 참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부당하고 굴욕적인 협상에 대해 사과하고,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여권과 보수진영에서도 한숨이 나오고 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서 "피해자 배상 방식 등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100%는 없는 만큼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합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미리 이해를 구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위안부 할머님들이 섭섭해하는 걸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전날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철저한 책임 인식 아래 피해자 지원재단 출연 등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수반되도록 각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을 엄숙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원자폭탄 피해자와 전범기업들의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문제 해결은 사실상 더욱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폭 피해자 문제는 2011년 8월 우리 헌법재판소가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와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을 해결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따른 위헌 행위”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양국 회담에서는 1965년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대한 것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외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최봉태 변호사는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원폭 피해자 문제 역시 2011년 헌재 결정 이후에 위헌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과의 협상을 요구하며 수년째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가 이렇게 결론난다면 일제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국언 공동대표는 “한국 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위안부 문제도 허무하게 끝난 상황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협상 결과는 다른 일제 피해자의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전례가 된다”고 강조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국내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주금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0여건을 대법원 등에서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을 진행중인 민변의 장완익 변호사는 “일본이 이번 협상에서 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기본입장을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건 신경쓸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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