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2.30 19:32

국내에서 몇 년 전부터 출점 제한 등 잇단 규제로 사업확장의 발목이 잡힌 데다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계는 해외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외식업체 가운데 눈에 띄게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곳은 CJ푸드빌, SPC그룹, MPK그룹 등을 꼽을 수 있다. 베이커리, 피자, 한식 등의 외식 브랜드를 내세운 이들 기업은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을 거점으로 삼아 미국, 유럽 등에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확장 막힌 외식업계, 해외 진출로 돌파구

CJ푸드빌은 ‘뚜레쥬르’, ‘비비고’, ‘투썸’, ‘빕스’ 등 4개 브랜드가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했으며 총 230여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우선 공항 ‘에어타운‘을 K푸드 홍보를 위한 교두보로 삼아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인천국제공항에 자체 개발한 직영 브랜드 12개를 모두 개점했다.

비비고 상하이점 매장 전경. 사진=CJ푸드빌

 

CJ푸드빌 관계자는 “운영 중인 모든 브랜드가 인천공항에 입점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국내-공항-해외로 이어지는 ‘글로벌 진출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CJ푸드빌 매장을 통해 한국의 맛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서도 한국에서 맛 본 한국 음식 브랜드를 다시 찾는 등 한국 식문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 해외 시장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CJ푸드빌은 기존 직영점 위주로 꾸렸던 해외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규모를 키워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CJ푸드빌은 특히 해외 매장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중국 내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 자리잡은 ‘뚜레쥬르’ 매장을 가맹으로 돌려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한식브랜드 ‘비비고’도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내륙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은 ‘비비고’ 브랜드로 정면 승부해 K팝과 K푸드를 연계시킬 수 있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CJ푸드빌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 15개국, 최대 3600개 매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문목 CJ푸드빌 대표는 “중국, 동남아, 미국을 거점으로 해외진출을 확대해 ‘글로벌 외식 TOP10 기업’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인들이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는 ‘한국 식문화 세계화’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글로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미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북미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까지 업계 최초로 해외 지점을 설립하는 등 현재 180여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뉴욕을 시작으로 진출한 미국 시장에는 지난 11월 국내 베이커리업계 최초로 라스베이거스에 ‘파리바게뜨’를 열었다. 미국 내 44번째 매장이다.

 

허영인 SPC 회장은 지난 10월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전 세계 12,000개 매장을 보유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10만 개 이상 창출해 세계 시장이 우리 청년들의 일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파리바게뜨 라스베이거스점. 사진=SPC그룹

 

중국 시장에서 패션사업으로 이미 노하우를 쌓은 이랜드그룹도 지난 11월 정통 한식뷔페로 중국 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랜드그룹의 한식 뷔페 ‘자연별곡’은 중국 상하이 와이탄 지역의 대표적인 쇼핑몰인 정따광창에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 1년 6개월간 국내 자연별곡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검증을 끝내고 현지에 문을 자연별곡 매장에는 춘천 닭갈비, 제주 삼겹살구이, 전주 비빔밥, 명동 떡볶이, 오미자차, 돌솥 한방 삼계탕, 인삼음료 등 한식 메뉴가 총망라돼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외식 문화가 발달한 세계 최대 수준의 시장이면서 건강과 웰빙에 대한 니즈가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중국 외식시장을 발판 삼아 한식 세계화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식 시장은 50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 내 백화점·쇼핑몰 등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중국에 자연별곡 200개 지점을 열고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매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토종 피자브랜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의 해외 사업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2000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미스터피자는 2007년 미국, 2015년에는 필리핀에 진출했다. 내년 1월 필리핀 노스엣사몰과 몰오브아시아에 각각 4호, 5호점을 개점하고 태국 방콕에도 1호점을 오픈하면서 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미스터피자 필리핀 매장. 사진=MPK그룹

 

특히 중국 사업은 지난 10월 중국 100호점을 개점했는데 50호점까지 14년이 걸린데 비해 100호점까지는 불과 1년만에 달성할 정도로 급팽창세를 보이고 있다. 매장 속도뿐만 아니라 매출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분기 중국 진출 이래 첫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2, 3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 올한해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100호점을 계기로 현지 공략을 가속화해 현재 중심축인 베이징, 상하이 법인 외에 내년 초 광저우와 동북 3성(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에도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해외 6개국에서 277개 점포를 운영하며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롯데리아는 올해 라오스 현지 프랜차이즈와 협약을 맺고 내년 1분기에 1호점을 오픈하기로 했다. 롯데리아는 앞으로 5년간 라오스에 20여개 점포를 오픈한다는 목표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200호점을 돌파한 베트남을 주축으로 한 아세안 국가에서 브랜드 입지를 강화해 ‘아시아 톱3 멀티 외식 프랜차이즈’ 달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세계적 외식기업인 맥도날드, 얌(Yum)은 매출 20조~30조원의 기업인데 우리나라는 그런 규모의 외식기업이 없다”며 “중국은 물론이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경제 발전과 함께 외식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어 해외 사업을 잘 다져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