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5.12.31 14:46

사건무마 명목으로 1억2000여만원 받아 가로채기도…양형이유 "죄질 나쁘지만 반성"

 

"굿을 해야 나쁜 일을 막는다"며 피해자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40대 무속인이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감형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최재형)는 31일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2년간 굿값으로 18억원가량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무속인 이모(42) 씨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A씨는 개인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결혼과 사업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다 이씨와 제자 신모(32·여)를 찾았다. 이씨와 신씨는 대중매체에 영험한 무속인으로 소개된 터였다.

이씨는 A씨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힘들고 사업에 관재(官災)가 생긴다"며 2008년 말부터 2011년 5월까지 굿값 명목으로 149차례에 걸쳐 17억9000만원으 뜯어냈다.

A씨는 문자 등으로 "오늘까지 돈을 내야 살 수 있다"는 종용을 받았고 굿값을 충당하기 위해 회사 투자금까지 빼돌렸다. 이 때문에 A씨가 투자자들에게 고소를 당하자 이씨는 "지인을 통해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1억2100만원까지 받아 챙기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절박한 심리를 파고들어 적극적으로 속였다"며 이씨와 신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씨의 항소로 이뤄진 2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죄질이 나쁘긴 하지만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또 피해자를 위해 2억5000만원을 공탁하고,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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