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진갑 대표
  • 입력 2016.01.03 16:11

세밑이 참 어두웠다. 2016년의 벽두도 그와 같고, 병신(丙申)의 한 해가 내내 그럴 분위기다. 새해에는 새해의 해가 떠오르겠지만, 우리가 맞이할 상황에 내리는 햇빛은 그리 강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하향 일색이다.

한국 경제를 받쳐왔던 수출 전망이 좋지 않고, 경기 활성화를 기대해 볼 국제경제 흐름도 불안하다. 국내 주요 기업의 해외 경쟁력도 줄곧 떨어질 추세다. 실업의 그늘은 깊어질 태세고, 신흥국 경제의 우려가 확산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도 짙어질 전망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우선 ‘위기(危機)’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높은 산의 꼭대기에 올라 있는 사람의 형상을 표현하는 글자가 危(위), 총이나 석궁의 방아쇠를 가리키는 한자가 機(기)다. 따라서 위기라는 단어는 높은 곳에 아슬아슬하게 올라 있는 사람, 총탄이나 화살이 곧 발사될 때를 뭉쳐 이르는 말이다.

산에서 굴러 떨어지느냐, 발길을 간신히 되돌려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느냐를 가르는 경우에 우리는 이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맞이한 상황이 바로 이 위기라는 점에 요즘 많은 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상황을 타개할 움직임이나 시야가 보이지 않아 더 불안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시비(是非)의 영역에서 이미 갈 길을 잃은 지 오래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 법안은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주요 기업들 또한 높은 차원의 국제 경쟁력은 외면한 채 좁은 시야와 단기적 이익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위기의 모든 면모에 눈을 뗄 수 없다. 위기의 요인에 주목(注目)하고, 위기의 확산 가능성을 주시(注視)해야 하며, 위기가 던지는 조짐을 응시(凝視)해야 한다. 좁은 이해를 다퉜던 범 정치권은 먼저 한 발씩 물러서 이 위기의 모든 요소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기업 또한 길고 넓은 시야와 면밀한 대책을 갖추기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오르는 길은 늘 어렵지만 내려가는 길은 아주 수월하다. 서 있는 곳이 위기의 정점, 산의 벼랑 끝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한민국이 2016년에 맞이할 상황은 그처럼 엄혹하다. 이제 우리 모두는 병증(病症)을 예리하게 주시하는 의사와 같아야 한다. 정확한 진단(診斷)과 처방(處方), 수술(手術)을 위해서는 우리가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2016년 한 해를 맞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험한 파고가 우리 앞에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한 각오를 다잡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중대한 시기다.  2006년은 우선 정치개혁을 일궈내야 한다.  ‘4.13 총선’이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노동·경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해 경제위기의 징후를 극복해야 한다. 내부 통합을 가로막는 구시대적 이념 대결과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기업들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모두가 우리의 몫이다. 뉴스웍스는 2016년에 우리가 도전하고 이겨내야 할 일들을 찾아가는 데 앞장설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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