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2.31 16:07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2017년 12월 19대 대통령 선거를 1년 7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큰 선거인만큼 대선주자들과 주요 정치권 인사들에게 4.13 총선은 중요한 시험 무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여의도 정치권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못해 혼탁하기까지 하다. 지난 19대 총선과는 사뭇 다른 권력구도 때문이다. 2012년 총선 당시에는 '박근혜 vs 친노' 진용이 확실하게 갖춰져 있었지만 현재 여야는 각자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내부 투쟁’이 한창이다. 

여권은 친박·비박의 갈등이 어떻게 번질지 예측할 수 없는 형편이고 야권은 안철수·천정배 등 신당세력이 정치 지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선거용지가 인쇄된 이후에도 후보군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선거구마저 획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치신인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 與,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대충돌...오세훈·안대희·강용석 등도 관전포인트

공천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 격론은 겉에서 봤을 때는 비교적 순조로워 보인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고성이 오가는 등 그 어떤 회의보다도 긴장감이 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애초 전략공천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전략공천을 하려면 날 죽여라”는 말까지 한 김무성 대표의 결심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단수추천, 사실상 전략공천을 포함한 공천 룰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고 별다른 이견 없이 수용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신인에게 10%의 가점을 주는 등 파격적인 우대책들이 포함돼 있다. 

이제는 ‘누구를 단수추천 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에게까지 가산점을 줄 것인가’ 등이 뇌관이 될 전망이다. 단수추천, 정치신인 가산점 부여 등은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친박 세력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편이 다수다. 특히 ‘진실한 사람’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혜택이다.

한편 비박 진영에서는 단수추천과 가산점 부여에 대해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단수추천을 하더라도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험지’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며 장차관 출신 거물급 인사들을 정치신인으로 보는 것은 반대할 소지가 높다. 늦어도 1월 중순부터는 이 같은 룰 적용을 둘러싼 격론이 다시 심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 이른바 ‘별들의 귀환’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는 서울 종로 출마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종로는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랫동안 수성에 성공한 ‘험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험지출마론으로 입게 될 타격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입지가 매우 난처해졌다. 험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산 해운대 기장을 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의원인 하태경 의원의 극심한 반발과 여권 내 험지출마론 등으로 기세가 눌렸다. 하지만 야권 후보군이 어떻게 될지 예상조차 안 되는 상황에서 안 전 대법관이 서울경기권 출마지를 미리 선언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역시 흥미를 끄는 곳 중 하나다. 이른바 ‘멀박(박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진 세력)’에 해당되는 진영 의원에 이른바 트러블메이커 강용석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것.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로 치부되던 강 전 의원의 소위 ‘친박공감론’이 이제는 정설로 굳혀졌다. 막강한 인지도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강 전 의원의 행보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 야권은 과연 ‘Again 2012'에 성공할 수 있을까...야권연대 가능 여부에 주목

한편 야권은 셈법이 보다 복잡한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회의’ 등이 야권의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아직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박지원 의원, 김한길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행보도 불확실하다. 

관건은 야권이 다시 통합에 성공하느냐다. 현재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親盧)의 패권에 대한 반감이 야권 내에서 식을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야권 통합 혹은 야권연대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복수의 야권 후보가 나오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가져다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분열이 봉합되지 않은 채 새누리에 막대한 의석수를 내주게 될 경우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등 주요 야권 대선주자들은 모두 2017년 대선이 어려워진다. 야권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해 총선 대패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경우 대선에서 '단일 후보' 명분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서 몇 개 지역구를 점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어찌됐든 ‘빅 텐트’ 밑으로 야권이 모두 모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 모두 야권통합에 대해서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반드시 ‘현재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것이 그 근거다. 최근 문재인 대표와 조우한 안철수 의원은 비교적 온화한 톤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들은 “오늘날 분열은 통합을 위한 전단계에 불과할 것”이라며 “중도층 공략을 위해서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야권 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의 행보도 중요한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안·박 연대론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던 박원순 시장은 내년 총선을 계기로 당내 역학구도에서 세력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임종석 전 서울시 정부무시장은 은평을 이재오 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친노의 다크호스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이번 총선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안희정 도지사는 문재인 대표와는 출신이 다소 다른 친노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표가 ‘부산 친노’로 평가되는데 비해 안희정 도지사는 정통 친노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친노’이기 때문이다. 친노 중에서도 다소 결이 다른 안 도지사가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정통친노를 지원할 것인지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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