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탐차이나] 마르크스와 풍수(風水)
[탐탐차이나] 마르크스와 풍수(風水)
  • 유광종기자
  • 승인 2016.01.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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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 칼 마르크스. 그의 유물론적 신념은 공산당 체제가 이어지는 중국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을까.

마르크스와 풍수(風水).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다. 공산주의 이론을 창시한 마르크스의 근본적인 신념은 유물론(唯物論)이다. 그런 바탕에 땅과 물의 기운이 사람의 행위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론은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르크스의 동양 후예들은 풍수와 미신의 사고를 덧붙이는 데 능숙한 모양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대사(大師), 국사(國師) 등의 호칭이 매스컴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호칭을 몸에 두른 사람들을 우리가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리식으로 풀자면 ‘동양 콘텐츠의 대가’ 정도다. 동양의 전통적 믿음인 풍수와 점괘 또는 운명학을 자신의 재주로 내세워 남의 이목을 끄는 사람들이다.

중국의 마르크스 후예들은 은밀하게 이들을 신봉했던 듯하다. 최고위 간부들이 부패혐의로 한 둘씩 낙마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막후에서 그들을 돕던 대사와 국사들이 잇따라 중국 주요 매스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왕린(王林)이라는 사람이 그렇고, 차오융정(曹永正)이라는 사람이 그렇다.

왕린은 2015년 중국 사정 당국에 붙잡혔다. 뇌물수수, 조세포탈, 사기 등의 7가지 죄목이다. 그의 발길은 거침이 없었다고 한다. 최고위 지도자인 전임 공산당 총서기 장쩌민(江澤民)의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린은 단순한 ‘대사’의 수준을 넘어 국가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국사’급의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차오융정은 전 공산당 최고위 정치국 상무위원인 저우융캉(周永康)의 막후에서 미신과 풍수의 상담역을 맡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 또한 저우융캉이 시진핑(習近平) 현 공산당 총서기의 반부패 척결에 말려 낙마하면서 이름이 크게 알려졌다.

이들에게 휘말린 공산당 간부는 최고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거대한 자금으로 중국 고속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전임 철도부장, 정관계의 여러 실력자들, 최고 권력자 주변의 친인척 등 매우 다양하며 폭이 넓다. 이들이 권력자의 막후 책사, 또는 자문역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기 또한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 권력자의 막후 책사가 지닌 ‘연줄’을 타고 높은 자리로 승진하려는 사람들이 막대한 뇌물을 쓰면서 다가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중국 권력층의 사교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축재의 솜씨도 대단했다고 한다.

운을 바꾸는 ‘전운석(轉運石)’을 팔고, 관운을 가로막는 요괴들을 제압할 수 있는 ‘진요석(鎭妖石)’도 팔아 상당한 재물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공산당 고급 간부들이 즐겨 구매하는 물품이었다는 전언이다. 기공(氣功)도 한 몫을 해서 치료를 받으려는 공산당 권력자들이 줄을 섰다고도 한다.

출세와 승진, 재부의 축적을 위해 거침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전통 중국의 속성이 정통의 마르크스주의를 속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우리는 그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 공산주의 유물론과는 거리가 먼 입장이라서 그나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안해도 좋을까. 어딘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 정에 겹다고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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