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6.01.11 11:47

로켓배송 나선 ‘쿠팡발 지각변동’으로 너도나도 ‘쿠팡 따라하기’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그중에서도 모바일로 급속히 옮아가면서 유통업계가 ‘가격’이 아닌 ‘배송’에 경쟁력의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유통업계에 ‘쿠팡발 지각변동’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다 다양한 제품’을 ‘보다 싸게’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전통적 유통업계가 싼 가격보다 빠른 배송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춰 배송 서비스에 주목하면서 ‘쿠팡 연구’에 돌입한 것이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지난해말 ‘갤러리아면세점 63’ 프리오픈 행사에서 “쿠팡의 성장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며 “소비패턴이 변화하는 것에 발맞춰 오프라인 매장 출점보다는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달 말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와 개방을 강조하면서 벤치마킹 사례로 ‘쿠팡’을 제시했다.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 후유증으로 면세점을 빼앗기는 등 그룹 사기가 꺾인 가운데 신 회장이 ‘혁신을 도입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쿠팡처럼’을 화두로 제시했다는 게 롯데그룹측의 설명이다.

 

◆쿠팡, 가격에서 배송으로 서비스 물꼬 바꿔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과 함께 소셜커머스 업체로 시작한 쿠팡은 초기에는 IT기업으로 분류되며 소셜커머스끼리 출혈경쟁만 부각됐다. 그러나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유통 시장의 혁신 키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쿠팡 배송서비스의 핵심은 직접 물류창고를 짓고 자체 채용한 인력인 ‘쿠팡맨’이 배송 차량으로 직접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배송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쿠팡이 도입한 이 서비스는 배송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단축시켰다. 9800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 배송해주며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고 공휴일에도 배송해주는 서비스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쿠팡은 현재 14개 물류센터를 운영중이며 오는 2017년까지 21개로 늘릴 방침이다. 현재 3000여명인 쿠팡맨은 2017년까지 1만5000명, 현재 6000여명인 물류센터 및 CS(고객서비스) 관련 직원은 2017년 2만400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금액 1조5000억원이었는데 소프트뱅크가 이를 해결해줬다. 소프트뱅크는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에 주목한데다 쿠팡이 판매부터 배송까지 전과정을 책임지는 사업 모델을 세계 최초로 실행한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일찌감치 모바일 쇼핑이 본격 성장하기 전인 2012년부터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세워 현재 전체거래액 중 최대 83%, 평균 78%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쿠팡의 강수에 티몬과 위메프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티몬은 당일배송 서비스 ‘슈퍼배송’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시내 10개구에서 운영중인데 상반기내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티몬의 ‘슈퍼마트’ 코너 생필품 5300여종을 오전 5시 전에 주문하면 24시간 내에 배송해준다. 배송이 지연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지연보상제도 도입했다. 위메프도 낮 12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배송해 주는 ‘지금 가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존 유통업계, 일제히 ‘쿠팡 따라하기’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대형마트 할 것없이 기존 유통업체들은 일제히 ‘쿠팡 따라하기’에 합류하면서 더 빠른 배송 인프라를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다음달 중 경기도 김포에 연면적 2만9500㎡ 규모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마트몰 주문 고객은 주변 롯데마트 점포가 보유한 상품을 받기 때문에 납품업체-롯데마트 물류센터-개별 점포-소비자의 4단계 배송을 거치지만 온라인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단계가 줄어들어 배송 시간과 비용도 줄어든다.

온라인 물류센터 완공으로 롯데마트 서울 서부 및 경기·인천 지역 11개 지점의 당일 배송 건수가 2~4배로 늘고 당일 배송 시간대도 ‘오전 10시~오후 9시’에서 ‘오전 9시~오후 10시’로 2시간 연장된다.

홈플러스는 소비자가 온라인 주문 후 1시간 안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오토바이 퀵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

지난해 8월부터 퀵 배송업체 ‘바로고’와 제휴해 서울 강서점, 잠실점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평균 50분내에 상품을 받을 수 있어 이용 건수가 늘고 있다. 올 상반기 내에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20개점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월 선보인 ‘오후 4시까지 주문시 당일 배송 서비스’ 운영 점포 수도 현재 900여개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6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보정센터’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 초 김포에 두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착공,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오토바이 퀵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몰에서 백화점 본점 상품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 내에 주문하면 4시간 안에 배송해 준다.

롯데슈퍼는 배송을 담당하는 서초센터, 상계센터, 장안센터를 열고 ‘3시간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온라인 전담 배송센터인 ‘롯데프레시센터’ 4곳을 연내 서울과 경기도에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6월부터 배달 전문업체 ‘부탁해’와 손잡고 CU멤버십 앱이나 부탁해 앱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준다.

GS샵도 이천·군포 물류센터에 이어 제3의 모바일 주문 전용 물류센터 구축을 검토중이며 현재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한정된 당일 배송 지역을 수도권 전체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쇼핑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며 “갈수록 온라인, 모바일 쇼핑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보다 배송 등 서비스 차별화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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