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1.12 11:37
사회주의 중국의 건국을 이끌었던 마오쩌둥(毛澤東). G2로 떠오른 중국에서 그는 이미 신으로 변한 지 오래다. 생전 보였던 권력의 막강함에 기대려는 중국인들의 믿음 때문이다.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이름이야 한반도 전역에서 지명도가 드높다. 우선 우리에게는 6.25전쟁의 적인 중공군 최고 지휘자, 문화대혁명과 개인숭배의 주도자로 유명하다. 북한에게는 전쟁에서 함께 싸워준 혈맹의 동지다.

그 마오쩌둥의 황금색 거대 조각상이 최근 중국 허난(河南)의 외진 농촌에 세워졌다가 물의(物議)가 빚어지면서 결국 ‘없던 일’로 변했다. 높이 35m의 황금색 조각상은 해체의 운명을 맞았다. 누군가 6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이면서까지 조각상을 세우려 했던 동기가 우선 관심을 끈다.

돈을 벌어들인 사업가라고 한다. 그는 마오쩌둥을 숭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회주의 이념으로 새 중국을 건국한 영웅? 1949년 건국 뒤 지금까지 중국을 주름잡고 있는 막강 공산당의 최고 ‘간판’? 왕조시대의 봉건 잔재를 일소한 문화대혁명의 주역? 이 정도일까?

사실 중국에서 마오는 이미 신(神)의 지위를 획득한 인물이다. 14억 중국 대륙의 구심점인 천안문 광장만 봐도 그렇다. 그의 시신이 기념관 중간에 놓여 있고, 그의 얼굴은 화려한 옛 황제의 궁성인 천안문 정문 가장 중간에 걸려 있다. 대륙 중국을 통치하며, 앞으로도 일당전제의 틀로 중국을 이끌어갈 공산당의 심벌이라는 얘기다.

정치적, 이념적으로 마오를 숭배할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이면은 조금 복잡하다. 그의 신격화한 권력에 자신의 안위(安危)를 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렇다. 그는 죽은 뒤 선계(仙界)에 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중국인의 마음속에 강력한 신(神)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중국 시골에는 그를 모신 사당이 퍽 많다. 부처님 또는 천계(天界) 곳곳의 신령들과 동급일지는 몰라도 그는 어엿한 신위(神位)의 하나로 중국인들이 복과 재물, 자신의 안전을 희구하는 대상으로 변했다. 현세에 살 때 막강한 권력을 지닌 이는 죽어서도 음계(陰界)의 강력한 신이 된다는 중국인들의 오랜 속신(俗信) 때문이다.

중국 택시 기사들이 그의 초상을 조그만 메달로 만들어 백미러에 걸어놓은 것을 보고 한국의 기자들이 “개혁개방에 나섰어도 중국인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만큼은 여전하다”라고 했던 1992년 한중 수교 당시의 보도들은 그런 맥락을 놓치면서 나온 씁쓸한 풍경이다.

마오의 거대 황금 조각상 설립과 해체 소식은 몇 가지 관찰 포인트를 제공한다. 우선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크게 부유해졌지만 일당전제의 공산당 지배하에 있으며, 그 상태는 앞으로도 줄곧 이어지리라는 점이다. 그런 중국 공산당의 심벌인 마오가 지닌 주술적(呪術的) 역량은 아직 막강하며, 그의 후예들인 중국 공산당 권력자들의 힘 또한 대단하다는 점이 그 다음이다.

그런 풍경 속에서 중국의 샤오미는 활개를 치고, 메이드 인 차이나 드론은 창공을 향해 오른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강대국을 향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꿈을 알면서도 눈치 없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한다. 한 편은 양지, 다른 한 편은 깊은 응달이다. 공산주의 유물론과는 전혀 다른 주술적 기복(祈福)의 마음이 곧장 공산주의 심벌, 마오쩌둥을 향하는 중국이다. 이런 커다란 ‘엇박자’가 G2 중국의 진정한 속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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