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1.14 14:30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기차 역사 모습이다. 이별, 별리, 헤어짐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헤어짐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옳을까.

이 세상살이에서 헤어짐은 무수하다. 이승을 등진 혈육과의 찢김, 연줄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흩어지는 부부의 이별, 정든 친구와의 흩어짐 등이다. 그런 헤어짐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한자 낱말이 이별(離別), 별리(別離)다.

別(별)이라는 글자는 초기의 모습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칼과 뼈의 모습으로, 칼을 지니고서 뼈로부터 무엇인가를 뜯어낸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번진 새김이 나뉨과 찢김, 나아가 헤어짐이리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본체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무엇, 또는 그런 동작, 그로부터 다시 번져 이별의 의미를 얻었다고 보인다.

離(리)라는 글자는 초기 모습에서 새가 어딘가에 갇힌 꼴로 등장한다. 숲에서 새를 잡는다는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 새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제가 있던 곳에서 떨어져 사람의 손에 쥐이는 셈이다. 그로써 얻은 새김이 역시 무엇인가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상황, 또는 행위일 것이다.

아무튼 이런 헤어짐을 읊었던 노래는 퍽 많다. 한자 세계에서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무수한 시구와 명구들이 있어 어느 하나를 특정해 끄집어내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친구와의 섭섭한 이별 장면을 다룬 시 한 수가 있어 아래에 적는다.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의 아침 비가 먼지를 적시니,

客舍青青柳色新. 객사의 푸릇푸릇한 버들이 새롭다.

勸君更進一杯酒, 그대에게 한 잔 술 다시 권하노니,

西出陽關無故人. 서쪽 양관 나가면 친구가 없음이라.

 

담담한 시다. 시인은 왕유(王維), 당나라 시기다. 그 때의 중국 땅 사람들에게 서쪽 경계에 해당하는 곳이 시에 나오는 陽關(양관)이다. 경계 밖으로 나서면 자칫 죽어서 돌아올지도 모르는 사지(死地)에 가까웠다.

그곳으로 먼 길을 떠나는 친구에게 달리 할 말이 없다. 그저 “술 한 잔 더 드시게”다. 담연(淡然)하지만 품는 뜻이 깊다. 옛 한문의 세계에서 헤어짐의 정서를 잘 품는 버드나무(柳), 짙푸른 색깔(靑)이 등장하면서 이별의 정한(情恨)이 제법 깊게 드러나는 시다. 이를 암송하는 사람이 그래서 퍽 많다.

자고로 헤어짐의 마당이 기쁜 법은 별로 없다. 소매를 서로 놓지 못하면서 섭섭함이 잔잔하게 드러나는 헤어짐은 몌별(袂別)이다. 그런 마당에 흐르는 눈물은 별루(別淚), 떠나가는 길은 별로(別路), 그런 때의 슬픈 얼굴은 별안(別顔)으로 적었다.

그렇지 않은 헤어짐도 있는 모양이다. 흔히 관계를 모두 정리하면서 서로 헤어지는 일은 결별(訣別)로 적는다. 덤덤한 헤어짐은 작별(作別), 그를 알리는 일은 고별(告別) 등이다. 유쾌한 헤어짐은 쾌별(快別)로 해야 하나 어쩌나. 그러나 이런 헤어짐이 적지 않다.

야당이 또 헤어지는 모양이다. 그 헤어짐에는 먼 길 떠나는 친구에게 드리는 술 한 잔, 아쉬워 소매를 부여잡는 모습, 조용히 눈가에 맺히는 눈물 등이 전혀 없다. 그보다는 우리가 언제 한 식구였느냐는 매정함만이 가득하다. 원래 무엇으로 뭉쳐 하나의 당(黨)을 이뤘는지 그 속내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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