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1.17 21:14

지난해 4분기 수입늘며 對中 교역량은 일본 앞서...

한국의 지난해 4분기 대(對)중국 교역량(수출‧입총액)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고 지난 주말 한국무역협회 북경사무소발 자료가 나왔다.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을 앞지른 것이 과연 반가운 소식인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4분기 한국은 중국산 수입이 증가한 반면, 수출은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져 2015년 대(對)중국 무역흑자액은 전년(2014년)대비 168억달러나 줄었다. 

일본역시 같은기간 대(對)중국 수출‧입이 모두 감소하면서 교역량 2위자리를 우리에게 내줬다. 1위는 미국이다. 우리가 대(對)중국 수출이 갑자기 크게 늘어나 일본을 앞 선 게 아니다.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요인이 어느정도 작용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또 한국은 지난 4분기 중국에 대한 투자액도 일본을 앞질렀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꺾이고 있는데도, 한국이 제조업 부문에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투자비중을 보면 서비스업에 집중돼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제13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에 따르면 서비스업 집중 육성단계다. 무리한 제조업 투자는 리스크가 큰 시점이라는 게 한국무역협회 북경사무소의 지적이다.

중국산 수입이 늘고 있다

17일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가 중국 해관(세관)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입 금액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액(중국 기준)은 756억 달러로 같은 기간 일본의 무역액(717억 달러)을 39억 달러 앞섰다.

그런데 교역액이 사상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른 요인을 살펴보면, 한국의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일본의 대(對)중국수출‧입이 모두 줄어들었고 ▲한국이 중국에서 제조업에 대한 투자액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국으로터 지난해 4분기 수입한 금액은 1013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증가했다. 수입액 증가의 가장 큰 요인에 대해, 최용민 무역협회 북경지부장은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IT제품에 대한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9.2%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한국과 일본 모두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8.2%, 12.2%씩 줄어들은 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대(對)중국 교역량에서 일본보다 앞 선 것은 결국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일본에 비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역량 규모는 일본을 앞질렀다해도 대(對)중국 무역흑자규모는 지난해 731억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168억달러나 줄어들었다.

결국 영양가는 크게 늘지않은 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로 접어들면서 교역량에서 일본을 앞질렀다는 얘기다. 최 지부장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기술격차가 점차 줄어드는데다, 가격경쟁력도 중국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서비스업 육성 중인데...

여기에 중국과 교역량에서 일본을 앞선 또 한가지 요인이 더 있는데, 제조업에 대한 투자액 증가다.

지난해 대(對)중국 투자액에서 한국이 8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한국의 지난 1~11월 대(對)중국 투자액은 37억 달러로 일본의 투자액보다 7억 달러나 많았다. 일본의 투자액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을 크게 앞섰으나 지난해 다시 역전된 것이다.

제조업 호황기에 투자했던 일본의 투자비중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차이나 드림'을 갖고 아직도 중국으로 공장이전 등 제조업 투자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해 최 지부장은 “중국 정부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분야로 성장 중심을 옮겨가고 있으나 우리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에 머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3차산업(서비스산업)이 GDP(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에 이미 2차 산업(45.0%)을 초과해 45.5%에 달했다. 지난해(1~9월)에는 51.4%에 달해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또한 베이징시를 서비스업개방 중점도시로 지정하고 의료와 금융 등 6대 분야에 대한 대외개방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서비스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에서 서비스업 비중은 2010년에 47.3%으로 높아진데 이어 2014년에는 62.0%를 기록하여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에서 서비스 비중은 25.3%(지난해 1~9월)를 기록하여 2010년(22.9%)과 큰 변화가 없었고 절대적인 수치도 높지 않다. 이는 계속해서 제조업 중심(2010년 75.7% → 2015년 1~9월 74.5%)의 투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것은 중국의 미래 유망산업과 어긋나는 흐름이다. 

중국의 1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기간 중 유망산업으로 서비스분야가 집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중국의 하이퉁증권(海通券)은 ▲스마트제조 ▲신에너지자동차▲클라우드‧빅데이터 ▲인터넷+ ▲의료·양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중항증권(中航券)은 ▲신소재 ▲친환경 ▲로봇 ▲정보통신 ▲바이오·의약 ▲인터넷+ ▲현대농업을 유망산업으로 각각 언급하고 있다.

교역국 다변화, 대(對)중 의존도 줄여야

무역협회 북경지부는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2020년까지)기간 중 한국 기업의 위협요인 중 하나로 ‘중국 현지공장의 이전’을 꼽았다. 더 이상 현지 공장 운영을 통해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제조업 투자확대를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뿐만아니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정세 불안은 외교적인 작은 실책이라도 발생했을 때 중국과 교역 차질로 큰 타격을 입을 수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교역국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하연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문화일보에 실은 기고를 통해 “주요 교역국을 다변화해 대(對)중국 의존도를 계속 낮춰야 한다”며 “중국의 경기 하강이 점차 가속화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매우 위험하다. 정책 당국은 다양한 신흥국을 대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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