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1.18 10:43
동영상을 통해 사과 메시지를 전하는 트와이스의 쯔위<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엊그제 끝난 대만의 총통 선거가 엉뚱한 화제를 낳고 있다. 한국의 걸그룹 멤버 ‘쯔위(저우쯔위 周子瑜)’가 자신이 태어난 대만의 국기를 TV에서 흔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대만독립의 한 상징으로 간주한 대만 출신 한 연예인이 고발했고, 중국에서 일파만파의 반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만 출신의 연예인이 자신이 태어난 곳의 국기를 흔들었다는 게 죄일까.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쯔위가 속한 연예기획사는 부랴부랴 그를 등장시켜 사과 동영상을 발표했다. 이어 이는 16일 벌어진 대만 총통선거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말았다. 

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중국은 대만을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중국의 일부’라고 간주한다. 그에 비해 대만은 중국과는 별개의 합법적 정부가 들어선 국가로 자부한다. 특히 대륙에서 패권 다툼을 벌이다 대만으로 쫓겨 간 국민당(國民黨)은 그런 의식이 강하다. 대만의 야당이었다가 16일 선거로 대만 집권당으로 복귀한 민진당(民進黨)은 그 보다 더 하다.

민진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중국인’이라기보다 ‘대만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옛 국민당의 철권 통치자로 대만으로 쫓겨 와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장제스(蔣介石)가 내세웠던 대만의 국기, 청천백일(靑天白日) 깃발과 국가로서의 대만이 지닌 정체성을 인정한다. 

그런 마당이니 대만 자체의 정통성을 죄다 부정하는 중국 대륙의 반응에 대해서는 훨씬 민감한 편이다. ‘당신들이 무슨 이유로 대만 2300만 인구의 정체성을 부정하느냐’는 문제의식이다. 따라서 한국 걸그룹에 속한 쯔위가 대만의 국기를 흔들고, 그를 ‘대만독립’이라며 온갖 비난을 퍼붓고 있는 대륙의 네티즌에 대한 대만의 일반인, 특히 민진당의 반응은 격렬하기만 하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은 중국이 세계 외교무대의 큰 축으로 등장하면서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원칙이다. 중국과 수교를 하는 모든 나라는 이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중국과 수교할 수 없다. 그 원칙은 늘 그랬던 것처럼 힘이 지배하는 세계 외교무대에서 잘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걸그룹의 일원으로 대만 출신인 쯔위가 자신의 ‘국기’를 흔든 사건은 중국의 그런 원칙과 상관이 없다. 정부 차원의 공식 행사에서 대만의 국기와 국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민간 차원의 활동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혹한 ‘마녀 사냥’은 이뤄진다. 쯔위 사건을 촉발한 대만 출신 황안(黃安)이라는 가수, 그가 올린 SNS의 동영상을 보고 “대만독립주의자”라며 쯔위를 향해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부은 중국의 네티즌들에 의해서다. 이는 최소한의 분별을 망각한 행동이다. 

그 배경에는 G2로 부상한 중국인의 자존감, 정점을 모르는 채 치솟아 오르는 중국인들의 편협한 민족주의가 버티고 있다. 중국이 부상한 점을 우리가 왜 모를까. 그러나 부상하는 중국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그런 건전치 못한 민족주의가 문제라면 큰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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