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1.18 15:41

대만 독립성향의 민진당이 대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중국은 동·남중국해 문제에서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그동안 심정적으로나마 우군이었던 대만이 중국 견제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러나는 국민당 마잉주 정부는 ‘하나의 중국’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중국 대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간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남중국해 갈등에 깊숙히 개입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다만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며 중국과 공동입장만 취해왔다.

중국의 대형 포털 바이두에 실린 남중국해역 지도. 9개의 점선으로 오른쪽부터 필리핀, 보르나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경계를 맞대고 있음을 표시했다.

마잉주 총통은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타임스 기고에서 “댜오위다오 열도는 대만 영토로 일본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댜오위다오의 주권과 어업권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마 총통의 발언은 리덩후이 총통이 일본 언론인터뷰에서 “댜오위다오는 일본 땅이다”는 내용의 주장을 편 것을 반박하며 나왔다.

국민당 정부는 또 남중국해가 2차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으로부터 수복한 명백한 중국의 영토라고 못을 박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차이잉원 당선자와 민진당은 중국 공산당의 양안관점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미·일 중시관을 유지해 온 만큼 동·중국해 문제도 새롭게 접근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차이 당선자는 당선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 “항행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주장과 별차이가 없다. 그는 선거운동중 한 인터뷰에서도 "남중국해 섬은 대만의 영토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문제가 일본과의 협력강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댜오위다오 문제에 대해서도 차이는 기자회견에서 "대만 영토이다"라며 "다만 주권 다툼이 일본과 대만의 관계 발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굳이 나서서 분쟁화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이나 일본은 차이 주석의 당선에 반색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차이주석의 당선과 관련 "대만은 일본과 오랜 친구다. 마음으로부터 축하의 뜻을 표명하고 싶다. 일본과 대만의 협력관계가 더욱 진전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호흡을 맞춘 국민당보다는 민진당을 훨씬 깊은 협력 파트너로 기대한다는 뜻이 담긴 발언이다.

미·일로서는 중국의 동·남아시아 해역 장악정책을 견제하려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연결지점에 위치한 대만의 우군화 작업이 절실한데 차이 주석의 집권으로 한시름덜게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중국으로서는 이 해역에서 고립무원에 서게 된다. 차이잉원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미.일은 물론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들과 연대해 중국의 야심찬 팽창정책을 견제하려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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