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1.19 14:58

크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대 구도로 분열된 야권에서 각 세력별로 ‘맞춤형’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은 조심스럽게 중도층 공략에 나서고 있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당분간 집토끼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가운데 실제 이 같은 '각개전투'가 정치적으로 흥행을 일으키고 새로운 표심을 자극하는 등 성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 경제민주화에 올인...현정부와의 각 세우기로 ‘집토끼’ 결집

문재인 대표와 친노 세력 중심의 더민주는 안철수 의원 및 일부 호남·수도권 의원들의 이탈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래의 정체성을 좀 더 심화시켜나가는 추세다. 

1호 영입인재로 입당한 표창원 전 교수를 비롯해 줄줄이 입당 선언을 하는 인재들 면면을 보면 대부분 중도적 성향보다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 다수로 구성돼 있다. 

원내 정치에서도 더민주의 색깔은 더욱 진해지고 있다. 최재천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그만두고 탈당하면서 새롭게 정책위의장을 맡은 이목희 의원은 대표적인 ‘강성’ 정치인에 속한다. 노동개혁 및 쟁점법안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압박 기조가 연일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민주의 전략은 경제 쪽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안보적 긴장이 강화되는 시점이다보니 더민주는 대북정책 측면에서 새누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면서 분배와 동반성장 위주의 경제민주화로 표심을 결집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실제 문재인 대표의 19일 신년 기자회견은 경제라는 단어가 총 29번이나 등장하는 등 상당 부문을 경제 분야에 할애했다. 표현도 날카로웠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를 문제 삼으며 오늘날 상황을 ‘경제 무능이 만든 참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총선을 “낡은 경제 세력과 새경제 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총·대선에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를 디자인했던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해 사실상 ‘원톱’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현정부의 경제정책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부동층과 무당파를 잡아라” 국민의당의 ‘우향우’ 행보

한편 더민주를 탈당한 인사들로 구성돼 새로운 정치 세력을 규합해나가고 있는 국민의당은 중도층 공략에 힘쓰는 상황이다. 주로 경제보다는 안보, 역사 문제에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쟁점법안과 관련해서 더민주와의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테러방지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통과시킬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관영 국민의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쟁점법안과 관련해 “여야 입장이 좁혀져 있고 양쪽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며 통과에 협조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19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내부적으로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컨트롤타워를 국정원 대신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국민안전처로 그 소속 기관을 바꾸는 수준에서 수정한다면 통과시킬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원샷법에 대해서도 수용 입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이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대선주자 1·2위 차지한 야권...‘각개전투’의 효과인가

이 같은 각자의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든 결과일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은 각각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2위를 차지했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1위 자리는 물론 2위 자리도 지키지 못해 3위에 머물게 됐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표는 ‘결집’에 성공한 반면, 안철수 의원은 ‘무당파’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다수다. 

더민주 지지층의 경우 그 동안 계속되던 문재인-안철수, 친노-비노 갈등 등으로 혼란스러워 기존의 당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면,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 발표로 더민주는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문재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편 안철수 의원은 기존에 ‘여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야당은 더욱 싫은’ 유권자의 표심을 이끌어 냈다는 평이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기 전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40%대 중반에 육박했고 무당층 지지율은 20%대까지 올랐었다. 한편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30%대로 급속히 떨어졌고, 무당층도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더민주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새누리당과 무당층의 일부를 각각 흡수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각개전투 효과가 총선에서 얼마나 발휘될지 여부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총선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통합 가능성은 큰 상황. 문재인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훗날 야권통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사실상의 야권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으며 안 의원도 통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후보자 등록이 본격화되는 3월에 접어들어 두 세력이 극적인 통합에 성공하게 될 경우 이들이 발휘하게 될 정치적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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