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6.01.20 16:12

최근 경기와 물가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은 가격이 경기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요금이나 스마트폰 등 '비(非)민감 품목'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물가지수 구성항목별 경기민감도 분석(박성하·최강욱)' 보고서에서 "2012년 이후 경기 흐름과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경기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기 비(非)민감 품목의 영향력이 확대된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인 경제학 법칙은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물가상승압력이 낮아지지만 최근 전통적인 물가와 경기의 괴리가 커지는 추세다. 

보고서는 근원 물가지수 구성 품목 429개를 분석한 결과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은 229개(가중치 기준 56.1%), 비(非)민감 품목은 200개(43.9%)로 경기민감품목이 비중이 더 높았다. 

경기 민감품목에는 외식서비스 등 개인서비스 45%,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25%, 전월세 등 집세가 20%의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 비민감품목은 공업제품 40% ,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 40%, 축산물 및 개인서비스 20%로 구성됐다. 스마트폰, TV, 담배, 소주, 이동전화료, 학교급식비, 도로통행료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스마트폰과 TV는 경기 영향을 받지 않고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는 신상품 개발로 모델교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신구 상품간 품질차이가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교통이나 통신요금 등도 경기보다는 제도 변화에 따라 주기적인 가격 조정이 이루어졌다. 

가격요인을 반영해 지수화할 경우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기 비민감품목 지수의 기여율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비민감지수는 2001~2011년 30%대 수준이었으나  2015년 60% 수준으로 상승했다. 수입물가 등 대외적 요인으로 국내 경기흐름과의 관계가 약해진 요인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민감품목 가격지수들을 합산한 경기민감물가지수는 2012년 이후 기조적 물가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비민감지수는 전반적으로 경기와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수입물가나 글로벌 경쟁, 담뱃값 인상 등 제도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한은은 "앞으로 저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비민감품목의 물가에 대한 영향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물가압력 판단을 위해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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