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1.21 00:00

중국의 반부패 사정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2014년 초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는 중국의 별 5개 등급 특급호텔 50여개가 스스로 등급을 낮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급호텔은 중국의 고도 성장기에 고위 당료 및 관료와 기업인, 로비스트 등이 비밀스레 만나는 공간이거나 부유층등의 사치소비 장소로 여겨졌다.

이 매체는 밀담장소에 대한 사정당국의 감시가 심해지자 관료들이 발길을 끊었고 경영난에 시달린 고급 호텔들이 스스로 몸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중국관광호텔협회 통계에 따르면 중국내 별 1개 이상 성급호텔의 수익은 반부패 사정직전인 2012년 50억위안위 흑자에서 2013년에는 21억위안(약 3500억원) 적자로 추락했다. 일반 소비·서비스시장 성장세에도 고급 호텔업계의 경영상황은 지난해에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대대적으로 진행된 반부패 사정작업으로 처벌받은 공산당과 정부의 공직자는 12만명에 이른다. 또 성부(省部)급(부성장 및 차관급)이상 고위공직자는 최고위직 인사인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130여명에 이른다고 중국매체들은 보도했다.

반부패 사정 바람은 고위직의 비리행위 근절 뿐만 아니라 중국내 고가품소비, 결혼. 장례풍습, 선물수수, 심지어 음주문화까지 중국인의 소비 패턴을 바꾸었다.

중국의 국민술이자 대표적 접대술인 마오타이주는 판매가격이 500㎖ 한 병에 2000위안(약 36만원)을 넘지만 2012년까지는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다. 이 때문에 가짜 마오타이가 90% 이상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사정바람이 불자마자 공직자들이 기피하면서 민간에서도 소비가 줄어 가격은 800위안선으로 폭락했다.

루이비통 매장앞의 중국 소비자.

반부패 바람의 불똥은 고급선물 혹은 뇌물용으로 각광받던 명품시장에도 튀었다. 상하이의 시장조사기관인 포춘 캐릭터연구원이 내놓은 ‘2015중국 사치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의 명품소비액 1168억달러(약 134조원)중 해외소비는 910억달러로 전년보다 9% 늘었고 국내소비는 1%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전세계 명품시장은 2552억달러(11%)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까지 매년 20~30% 증가하던 중국인의 명품소비 증가율이 뚝 떨어졌고 국내 명품 소비 역시 8년만에 처음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뜻이다.

이는 명품매장의 폐쇄로 나타났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하얼빈, 광저우, 우루무치 등 3곳의 매장을 폐쇄했고 내년까지 50여곳의 매장중 20%를 철수할 계획이다. 프라다는 최근 2년간 중국 매장 49곳중 16곳을 폐쇄했고 아르마니는 5곳, 버버리와 코치도 각각 4곳, 2곳을 닫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중국 부유층들의 자금이 해외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해외 소비와 함께 부동산 투자다.

자산컨설팅사인 후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중국부자의 자산중 20%는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또 해외자산이 없는 부자들도 3년안에 부동산 구매 등 해외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안화에서 외국통화로 갈아탄 자본이 60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8, 9월에는 월 1000억달러를 넘었다. 2014년까지는 평균 월 50억달러수준이었다.

이같은 탈중국 추세는 자본주가 내외국인을 가릴 필요없이 중국내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가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고 중국 사회를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란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적잖은 이탈 자본은 중국 시스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발 빼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홍콩의 한 부동산투자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축적한 적잖은 사람들은 정부측 사람과의 관시(인맥)를 동원해 돈을 벌었다”며 “부패단속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자신도 위태로움을 느낄 수 있고 자산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라도 해외로 이전시키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싱예은행과 보스턴 컨설팅사(BCG)의 공동조사 자료에 따르면 600만위안(약 11억원)을 가진 중국 ‘부자’가정은 250여만세대이며 이들이 가진 자산은 전체 개인 자산(110조위안)의 4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부동산과 사치품 등이 상당수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약 750만명(3인 가족)이 쓸 수 있는 자금은 중국 내수소비의 핵심 근간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 부자집단이 사정당국의 눈치를 보며 소비나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다면 중국의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제 업그레이드 전략은 타격이 클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의 한 자산컨설팅사 대표는 “현재의 반부패 정책은 바른 방향이지만 과거의 사례를 기억하는 상당수 소시민들은 이번에도 정치색이 가미됐고 원칙이나 기준이 모호하다고 본다“며 ”부유한 자들이 소비나 투자를 줄이고 소시민들도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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