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1.22 16:55
한(漢)나라 때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던 마원(馬援)의 초상. 나이 들어서도 더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는 노익장(老益壯)의 성어를 낳은 인물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이빨이 어느덧 흔들린다. 기미가 생겨나며, 얼굴에는 주름이 접힌다. 이런 현상이 내게 일어난다면? 바로 나이를 꽤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10년을 단위로 연령(年齡)에 관해 매긴 호칭이 거저 생긴 것은 아니다.

나이 삼십에 이립(而立)하고, 사십에 불혹(不惑)이다. 오십은 지천명(知天命)이고, 육십이면 이순(耳順)이다. 서른에 뜻을 세우고, 마흔에는 아무 것에나 끌리지 않으며, 쉰이면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안다. 예순이면 같잖은 의견이라도 흘려들을 줄 아는 여유를 지닌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으면서도 생물적 연령을 거스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는 한자로 그를 노익장(老益壯)이라 표현한다. 문물의 수준이 여러 모로 뒤떨어졌던 과거에는 이런 노익장이 꽤 드문 존재였다. 그러나 요즘엔 사정이 다르다. 라식 등 각종 안과 수술에, 철심을 넣고 받치는 임플란트, 첨단 레이저로 지져 없애는 수술 등으로 눈 침침, 이빨 흔들, 주름 첩첩은 다 아스라이 스러져간 옛날의 그 무엇에 불과하다.

이 노익장을 낳은 고사 속의 주인공은 마원(馬援)이라는 인물이다. 동한(東漢)의 명장이니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사람이다. 매우 뛰어난 전투력으로 반평생을 변경의 전쟁터에서 보냈으니 훌륭한 장수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를 표현하는 말이었을까. <후한서(後漢書)>에는 “궁핍할수록 더욱 견고해지며, 나이 먹을수록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자로 적으면 ‘窮當益堅(궁당익견), 老當益壯(노당익장)’이다. 우리가 흔히 잘 쓰는 ‘노익장’이라는 단어의 원전인 셈인데, 뜻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는 ‘노익장’은 나이 들어서도 왕성한 능력과 자태를 뽐내는 사람에게 쓰는 찬사(讚辭)에 가깝다. 그러나 원래의 뜻은 궁핍한(窮) 상황에 놓이더라도 마땅히(當) 더욱(益) 단단해지고(堅), 나이 들어서도(老) 마땅히(當) 더(益) 왕성하게(壯 또는 젊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두 마디 앞에는 ‘丈夫爲志(장부위지)’라는 말이 있어, “사내가 뜻을 다짐에 있어서는…”이라는 전제(前提)가 등장한다. 따라서 ‘노익장(老益壯)’의 원전이 품은 의미는 바로 ‘마음가짐’에 관한 ‘권유’다. 늙더라도 마음만은 젊게 유지하라는 뜻인데, 혹여 그를 곡해해 젊은 사람들이 올라서야 할 ‘현직’에 지나치게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나이 들어 늙어감에는 나름대로의 처연(悽然)한 미학이 있다. 부풀렸던 욕심을 줄이고, 벌렸던 관심사를 줄인다. 부귀와 명예를 멀리 하며, 한곳에 오로지함으로써 깊이를 지닌다. 단단한 결실(結實)로 원숙(圓熟)을 선보이고, 이로써 그 씨앗을 남과 나누면 그만이다.

요즘은 장수하는 시대다. 직장에서 은퇴를 했다고 해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고령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새겨야 할 말이 노익장(老益壯)이다. 자연스레 더 활기가 보태질 리는 없다. 늘 스스로를 단련하고 연마하는 일이 중요한 시대다.

 

<한자 풀이>

惑(미혹할 혹): 미혹하다. 유혹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일이 미혹이다. 미혹케하다, 현혹시키다. 의심하다, 의아스럽게 여기다. 미혹, 의혹, 현혹. 번뇌.

益(더할 익, 넘칠 일): 도움이 되는 일, 또는 그런 상황. ‘유익(有益)하다’가 대표적 용례다. 부사적 용법으로는 ‘더욱’이라는 뜻이다. 물 등이 넘친다는 뜻의 한자, 일(溢)과 같은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窮(다할 궁, 궁할 궁): 끝에 몰리는 경우를 이름이다. 극점에 도달한 것을 궁극(窮極)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은 예다. ‘가난하다’는 뜻으로도 많이 쓴다. 궁핍(窮乏), 궁벽(窮僻)이 그 예다. 이치를 끝까지 따지면 궁리(窮理)다.

堅(굳을 견): 굳다, 강하다, 견고하다, 굳세다 등을 가리킨다. 굳게 유지하면 견지(堅持), 굳고 단단하면 견고(堅固)다.

壯(장할 장): 기상이나 인품이 훌륭하고 멋진 경우다. 굳셈의 뜻도 있다. 웅장하며 씩씩하다는 의미도 얻었다. 나이와 관련해서는 ‘젊고 씩씩한’ 시절을 가리킨다. 장년(壯年)이 대표적인 경우다. 기세가 훌륭해 눈여겨 볼만한 상황은 ‘웅장(雄壯)이다.

 

<중국어&성어>

窮當益堅, 老當益壯(穷当益坚,老当益壮) qióng dāng yì jiān,lǎo dāng yì zhuàng: 뜻풀이는 본문 참고.

老驥(骥)伏력(櫪(枥) lǎo jì fú lì: 驥(기)는 천리를 달리는 말, 즉 천리마(千里馬)다. 노기(老驥)라고 했으니, 팔팔하고 힘센 시절을 이미 보낸 늙은 천리마다. 그 늙은 말이 ‘櫪(력)’에 ‘엎드려(伏)’ 있다는 뜻의 성어다. 櫪은 ‘말구유’다. 말에게 먹이를 주는 그릇. 그러니까 늙은 천리마가 여전히 식욕을 잃지 않고 열심히 먹이를 먹는다는 내용. 의미하는 바는 그 다음에 붙는 성어에 나온다. 즉 ‘志在千里(지재천리)’다. 둘을 병렬하면 老驥伏櫪, 志在千里 lǎo jì fú lì zhì zài qiān lǐ다. 풀이는 ‘늙은 천리마가 먹이를 먹는 뜻은 천리를 (다시) 달리고자 함에 있다’다.

烈士暮年, 壯心不已(烈士暮年,壮心不已) liè shì mù nián, zhuàng xīn bù yǐ: 이 두 구절이 앞과 다시 이어진다. 여러분이 잘 아는 조조(曹操)가 남긴, 천고의 명구다. 다 외워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중국어를 한 단계 발전시키실 의향이 있다면 꼭 외우시는 게 좋다. 그 의미는 ‘뜻이 있는 사람(열사)는 나이가 들어도, 그 굳센 마음은 그치지 않는다(不已)’다.

‘老驥伏櫪,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