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1.25 17:14
<사진=다보스포럼 홈페이지>

지난 23일 폐막된 다보스포럼(공식명칭: WEF‧세계경제포럼)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었다. 주제는 디지털로 변화하는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고자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로 정했으나, 중국 경제로 시작해 중국 경제 전망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년처럼 유럽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진 않아 무게감은 떨어졌지만,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 리위안차오 중국 부주석 등이 참석, 중국 경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왜 다보스포럼 시선은 중국에 쏠렸을까

연초부터 중국 경제와 증시 불안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직후 20일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이 개막됐다. 새해 들어 전 세계인은 중국 리스크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경기둔화다. 여기에 저유가와 공급과잉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는 중국 경기둔화를 당분간 더욱 촉진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경제공작회의를 개최하고 공급개혁이라는 새로운 정책과제를 내놓았다”며 “공급과잉 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기와 세계 경기를 안정시킬 수 있겠으나 단기적으로는 경기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中 구조조정착수, 내수 경기둔화는 불가피

중국이 올해 공급개혁(과잉생산 산업의 구조조정)을 새로운 과제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던데는 중국이 안고 있는 잠재적 리스크가 구조조정을 더 이상 지연시킬 수없다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경제공작회의 발표문을 통해 5대과제를 정했다. 그 중 첫째가 ▲생산과잉 축소 이다. ▲기업원가 절감 ▲부동산재고정리 ▲유효공급확대 ▲레버리지를 낮춰 금융리스크 감소 등이 뒤를 잇는다.

중국 정부의 공급과잉산업 구조조정은 ‘생산과잉과의 전쟁’과 다름없다. 제조업 종사자의 해고와 생산라인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를 서비스산업으로 바로 이동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당분간 내수 시장의 경기둔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특히 중국과 교역량이 많은 한국과 미국 등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중국, 생산과잉 업종 5개 집중관리 들어가

하이투자증권, LG경제연구소 등은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이후 ‘중국경제의 리스크 점검과 시사점’, ‘중국 공급개혁의 시사점’ 등의 보고서를 잇따라 냈다. 이 보고서 중 중국의 대표적 산업이자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대한 전망을 요약한다.

-철강

중국 내수시장에서 수요둔화와 공급과잉의 대표적 업종이다. 최근들어 수요둔화와 판매가 하락으로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안에 합병 및 폐쇄가 예고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철강 생산량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그동안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정확한 수치가 잡히진 않지만 중국내 민간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재고량은 미국의 1년간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당연히 잉여생산분이 덤핑으로 해외로 떠넘겨지고 있다. 글로벌 철강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철강업체의 수익성 악화의 주범인 만큼 구조조정 착수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중국 철강업계 구조조정이 완료되기 이전까지 밀어내기식 재고 소진이 불가피하다. 당장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간주된다.

-조선

중국에선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는 대표적 업종이다. 롱센 조선사가 2만명 인력 중 40%를 감원했고 인근 난통, 지앙수 이스턴등도 감원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논통, 세인트마린 등 3개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에는 저장해운그룹 계열사 오주조선이 파산신청을 하는 등 중국 조선업체들의 줄 도산이 예고되고 있다. 공급과잉과 저유가로인한 글로벌 수요부진에 따른 것이다. 당분간 중국 경기의 둔화를 감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조선산업 불황이다.

-화학‧정유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잉설비 심각성이 크지않았으나 2000년이후 공격적 생산능력 증가로 일부 제품의 경우 생산과잉 현상이 점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PVC‧TPA 등 자급률이 100%가 넘는 제품군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노후화 기계설비의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며, 고품질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저유가 시기에 원가하락이 고가의 장비교체 시점과 맞물려 중국 화학‧정유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락함에 따라 비용 절감을 위한 규모의 경제확보가 컨테이너 선사들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 6,7위인 중국원양과 중국해운도 운임하락으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의 양대 컨테이너 선사인 두 개 회사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주요 산업이 불황에 직면해 있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이 중국의 해운산업이다.

-디스플레이

중국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으로 디스플레이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보조금 지원은 물론 부채 면제까지 대규모 자금과 세제 혜택까지 동시에 받는 업종이다. 기술력 확보가 관건인데, 중저기술 제품군 중 특히 중대형 LCD패널의 재고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와 함께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육성하는 산업인만큼 타업종과 같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비켜가겠으나, 생산량 유지가 지속될 경우 철강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이처럼 저유가와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감소는 생산량 확대에 주력해 온 중국 주요업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산업 육성책과 구조조정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 ‘중국 경제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세션에 참석, “중국 정부가 세계 다른 나라와 소통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바 있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의 중국에 쏠린 시선도 마찬가지다.

급성장해 온 중국의 주요 산업은 심각하게 보면 자중지란 상황이다. 구조조정이 없는 한 경착륙이 불가피하고, 구조조정을 연기하자니 산업의 붕괴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천용찬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발 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국내 금융시장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중국의 지역별로 맞춤형 소비재 수출전략과, 소재‧부품 등 완성품 보다는 중간재의 대(對)중국 수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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