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 기자
  • 입력 2018.10.02 15:36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김영길 기자] 오늘(2)은 제22회 노인의 날이다. 대부분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노인의 날은 경로효친(敬老孝親) 사상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정부가 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1997년에 처음 법정기념일이 됐고, 2000년부터는 국가 차원의 행사보다는 지자체나 노인 관련 단체의 자율로 기념일 행사가 열린다.

노인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대한민국 노인에 대한 현주소를 보면 암울하기 그지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18~65세 청·장년층 500명과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1일 내놓은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응답자의 26%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를 걱정하는 노인도 23.6%나 됐다.

실제 한국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53.3명으로 전체 자살률 25.6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급격히 증가해 70대 남성 노인 자살률은 90.3, 80대는 150.5명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노인들의 불안한 경제사정과 무관치 않다. 노인층의 절반 가까운 48.8%여생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계유지의 어려움에도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노인도 28.9%나 됐다.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으로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노인도 35.5%에 달했다. 노후 생활에 필요한 만큼 공적연금을 받지 못한 노인이 30.7%였다. 특히 여성 노인(27.1%)이 남성 노인(44.7%)에 비해 공적연금 가입률이 낮아 심각성을 더했다.

노인들을 괴롭히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뿐만이 아니다. 세대 갈등도 상상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 40.4%, 청장년층의 90%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인과 청·장년 사이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51.5%로 나타났다. 노인의 44.3%, ·장년층의 80.4%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경로효친 사상도 갈수록 빛을 잃어가는 추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노인요양시설 관련 민원 644건을 조사한 결과 10건 중 2건에 해당하는 19.2%(124)가 폭행·방임·감금 등 입소 노인 학대 의심 조사 요구였다. 생계유지조차 힘든 팍팍한 노후와 경로는 사라지고 혐로(노인을 혐오함)’가 확산되는 사회 분위기는 노인들을 더 옥죄고 있는 것이다.

나이 먹긴 쉬워도 노인으로 살기엔 버거운 세상이 된 대한민국. 이 문제를 풀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노인이 되는 것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삶의 여정이다. 노인이 완전한 권리 주체로 인식되고, 존엄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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