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10.03 08:00
혼조 다스쿠 교수가 발견한 PD-1을 억제하는 옵디보(좌)와 제임스 알리슨 교수가 찾아낸 CTLA-4에 작용하는 여보이(사진=BMS)
혼조 다스쿠 교수가 발견한 PD-1을 억제하는 옵디보(왼쪽)와 제임스 알리슨 교수가 찾아낸 CTLA-4에 작용하는 여보이(사진=BMS)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1세대인 화학항암제는 암세포와 더불어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단점이 있고, 2세대인 표적항암제는 내성이 발달하는 약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여 종양을 제거하는 '면역항암제'는 앞선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립대 제임스 P. 알리슨 교수(면역학과)와 일본 교토대 혼조 다스쿠 교수(의과대)를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학자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알리슨 교수가 찾아낸 ‘CTLA-4(cytotoxic T-lymphocyte–associated antigen 4)’와 혼조 교수가 찾아낸 ‘PD-1(programmed death 1)’은 면역체계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면역체계에 제동을 거는 물질의 발견은 3세대 항암제의 개발로 이어졌다.

◆ 면역체계 제동거는 ‘CTLA-4’ 발견···'여보이' 개발로 이어져

알리슨 교수는 1990년대 초 CTLA-4가 면역체계의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T세포와 같은 면역체계가 CTLA-4의 제어가 없다면 종양 제거에 더 높은 효율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알리슨 교수팀은 CTLA-4를 무력화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항체를 개발했다. 1994년 실시된 동물실험에서는 해당 항체가 종양세포의 감소로 이어지는 등의 효과를 보였다. 이를 높이 평가한 메다렉스(Medarex)는 알리슨 교수팀이 개발한 항체를 기술이전 받아 상용화에 나섰다. 이후 메다렉스는 글로벌 제약기업 BMS에 인수됐고, BMS는 면역항암제 ‘여보이(Yervoy 주성분:이필리무맙)’의 개발에 성공했다.

◆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착각하게 만드는 PD-1의 발견···옵디보·키트루다에 영감

혼조 교수는 1992년부터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PD-1이라는 경로를 주목했다. 암세포가 PD-1경로에 결합해 정상세포인척 성장해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PD-1경로를 차단하게 되면 면역체계가 암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혼조 교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전 임상에서는 암에 걸린 동물에게 PD-1경로 차단 물질을 투여하자 종양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이런 영감은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Opdivo, 주성분:니볼루맙)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후 오노약품공업은 BMS와 손 잡고 옵디보의 개발·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주성분:펨브롤리주맙)도 PD-1경로를 차단하는 면역항암제로 혼조 교수로부터 영감 받은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 여보이·옵디보 같이 쓰면 더 큰 효과···1차 치료제로 영향력 확대 

여보이는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말기 악성흑색종 치료에 처음으로 허가됐다. 옵디보의 경우 2014년 진행성 악성흑색종 치료에 최초 허가된 뒤 폐암·신장암·두경부암·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암 종에 사용이 승인됐다.

두 제품은 같이 사용될 경우 높은 효과를 보였다. 여보이·옵디보 병용요법은 2015년 BRAF V600 변이 흑색종 치료에 처음으로 허가됐고, 이후 신장암·대장암까지 적응증을 넓혔다.

특히 병용요법은 신장암의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면역항암제는 주로 1·2세대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2차 치료제로 허가되는 것을 고려하면 영향력이 더욱 진일보한 것이다. 신장암 허가를 위한 임상에서도 여보이·옵디보가 수니티닙(Sunitinib)보다 종양반응·생존율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수니티닙은 현재 표준치료로 사용되는 표적항암제다.

이런 결과에 대해 관련 전문가는 면역항암제가 기존의 치료제보다 우선 순위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 센터 로버트 모쳐 박사(종양학)는 “여보이·옵디보가 현재 치료옵션이 제한적인 진행성 신장암에 큰 효과를 보였다”며 “임상에서 확인된 결과만 보면 병용요법이 신장암의 표준치료법으로 선택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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