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호 기자
  • 입력 2018.10.09 05:1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김동호 기자] 오늘(9일)은 제572주년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1446년 한글을 창제·반포한 것을 기념해 제정된 국경일로, 조선어연구회가 지난 1926년 ‘가갸날’로 명명한 뒤 1928년 ‘한글날’로 개칭됐다. 당시는 음력 9월 29일을 기념일로 지정했으나 광복 후 현재와 같은 양력 10월 9일로 변경됐다.

한글날은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로 지정돼 지켜왔다. 하지만 10월에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활동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글의 우수성을 국민 모두가 되새기자는 의미로 2006년 국경일로 격상된 후 2013년부터 다시 법정공휴일로 제정됐다.

한글은 우리나라의 고유문자다. 고유문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과 진배없다. 실제 전 세계에서 그 나라만의 고유문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중국(한자), 이탈리아(라틴문자), 그리스(그리스문자), 이스라엘(히랍문자), 사우디아라비아(아라비아문자) 등 21개국(28개 문자)에 불과하다. 

특히 한글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면서 ‘해례본’을 통해 그 과학적 제자원리를 설명했다. 세계 20여개국의 고유문자 중 한글과 같이 제자원리가 설명된 것은 없다. 

이 같은 한글의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아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지난 1997년 10월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러한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글이 사용되는 현주소를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외래어와 신조어 등이 난무하면서 한글의 정확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해치고 있다. 일각에서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자는 바람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불필요한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충분히 우리 말을 이용해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필요한 외국어, 외래어 등을 사용하는 일이 다반사다. 법조, 언론, 군사용어에도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온 잔재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법률용어에는 불필요한 한자어 등이 많이 사용되면서 일반 국민들의 접근성을 떨어지게 하고 있다.

10~20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신조어의 양산은 더욱 심각하다. 만약 이같은 일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순수한 우리말의 퇴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행히 일각에서 우리말 바르게 사용하기에 나서고 있어 조금의 위안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방부다. 국방부는 지난 7월 구보 등 군대 내에서 사용되는 일본어나 한자어 등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국방부의 방침은 칭찬할 만 하다. 특히 신조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적절하고 바람직한 용어를 알린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신선하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방부 하나 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정부부처는 물론 각계로 바람이 불어야만 한다. 젊은 층들도 불필요한 신조어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우리말의 아름다음을 계승 발전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그동안 불필요하게 사용됐던 어려운 용어들을 국민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꾸어 나가면 어떨까. 한글이 창제되기 전 중국의 한자를 써운 우리 민족은 말과 글의 표현이 일치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어왔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은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글이 만들어지면서 우리는 정확하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져 각 분야에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만약 한글이 불필요한 용어의 양산으로 그 순수성이 퇴조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도 저해될 수 있다. 한글날을 맞은 오늘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취지를 다시 한번 곰곰히 되새기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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