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구속자 50%가 항소심 무죄…일반 형사범은 3%
'방산비리' 구속자 50%가 항소심 무죄…일반 형사범은 3%
  • 최승욱 기자
  • 승인 2018.10.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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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명 중 17명 "죄 없음"…일반 형사범 평균 무죄율 17배 수준
단기성과 급급했던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 '억지 기소' 확인
청와대 방산비서관 및 서울지법 방위사업전담재판부 신설해야
조준현 방사청 수출진흥과장,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서주석 국방부 차관,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왕정훈 방위사업청장,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장,김재창 한국안보포럼 대표,서영득 변호사,정재민 방사청 원가검증팀장(앞줄 왼쪽부터) 8일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승욱 기자)
조준현(앞줄 왼쪽부터) 방사청 수출진흥과장,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서주석 국방부 차관,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왕정홍 방위사업청장,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장,김재창 한국국방안보포럼 대표,서영득 변호사,정재민 방사청 원가검증팀장 등이 8일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최승욱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구조 과정에서 현장출동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던 통영함에 불량 음파탐지기가 비싼 가격에 장착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뒤 본격화됐던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의 수사가 실적주의와 성과주의에 흘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기일 국방대 교수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전한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과 육성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위사업 비리 관련 처벌 현황 진단 및 분석 연구'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방위산업학회(회장 채우석)과 한국국방안보포럼(대표 김재창)이 주관했다.

최 교수는 "지난 9월 30일 현재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이 통영함 등 주요 8개 사업과 관련해 구속기소한 34명 중 1심 무죄는 11명, 2심 무죄는 17명으로 구속후 무죄율이 무려 50%에 달했다"며 "이 같은 무죄 비율은 3% 안팎에 불과한 일반 형사범 무죄율의 17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방산비리 수사 초기부터 검찰 내에서는 고위층이 관련된 방산비리 수사성과를 청와대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실적, 성과 압박이 무리하게 작용하여 대장급 현역 및 예비역 등 구속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강압식, 쌍끌이식의 무리한 수사와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국방에 필요한 무기체계를 획득하고 조달하는 방위사업 자체의 특성상 전문성과 복잡한 사업절차에 대해 잘 모르는 수사 인력들은 정작 수사와 조사 진행 속도에 진척에 난항을 겪었다고 그는 전했다.

최기일 국방대교수와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좌측으로부터) 등이 8일 주제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승욱 기자)
최기일(왼쪽부터) 국방대교수와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등이 주제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승욱 기자)

최 교수는 "당초 방위사업 비리는 주로 국외에서 수입하는 대규모 무기구입 사업의 소요결정 단계에서 발생했고, 과거 군사 독재시절 무기구입 리베이트가 통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국방 및 방위사업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발생한 부분이 컸다"며 "단기간내 확인이 불가능한 해외 도입사업에 대한 수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국방부 검찰단이나 감사원에서 이미 조사, 감사했던 결과를 마치 새롭게 밝혀낸 사실인 것처럼 대서특필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에 따르면 무리한 성과주의식 접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업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TX중공업으로부터 약 7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속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사건이다. 2009년 하반기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를 마치고 무혐의 처리(내사종결)된 사건인데, 당시 합수단은 마치 새로운 사건처럼 언론에 공표, 정 전 총장을 구속기소했지만 결국 정 전 총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구속기소되었지만 무죄가 되었고 최윤희 전 합참의장(전 해군참모총장)이 연루된 해상작전헬기(와일드캣 AW-159) 도입사건도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합수단은 2015년 7월 15일 “통영함 음파탐지기 구입 및 해상작전헬기 도입 등 12건의 방위사업에 대한 수사를 실시해 9809억원의 사업비리를 적발하였고, 63명을 기소(장성급 10명, 영관급 27명)하여 이 중 47명은 구속기소했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국방 및 방위사업에 대한 엄청난 불신을 갖게 되었는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방위사업 비리와 연관이 되는 총 사업 규모가 9809억 원이라는 것이지 비리 금액이 9800억 원이라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연간 약 7조원 이상이나 되는 국외도입 무기에 대해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 교수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무기체계의 연구개발, 생산 및 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가 ‘방위산업(방산) 비리’이고 방위사업청이 무기체계를 획득 추진 중 무기체계, 완성장비, 부품 등을 국외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가 '방위사업비리'인데도 대부분 '방산비리’로 통칭되는 실정"이라며 "이런 접근은 방위산업 전체를 비리산업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위사업법을 근간으로 엄격한 방산원가 제도와 수많은 규제를 통해 직⋅간접적 방법으로 통제되는 방산분야(국내 무기체계 연구개발, 생산⋅납품) 비리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국외구매 사업은 방사청 등 관련 분야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조직체계가 미흡한데 반해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해외 판매업체 및 국내 에이전트들로 인해 유⋅무형의 막대한 국고손실을 입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의 맹점도 지적했다. 그는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수사,조사,감사, 감독 및 관리는 대부분 방위사업청 단계의 사업집행 과정에 집중되고 있으며 대규모 국외도입 또는 국내 연구개발 사업의 사업자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 군, 합참, 국방부 단계의 정책결정 및 소요판단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조사,감사는 간과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규모 국내⋅외 방산업체들은 고위급 퇴직공무원, 예비역 장성 등을 활용하여 주로 소요단계에서 은밀하고 조직적인 로비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리와 부정부패 요소를 미리 색출하려면 내부공익신고자의 실질적 보호 등 상당기간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청와대에 방산비서관을 신설해 방위사업(군납)비리 근절과 방위산업 육성 관련 정부기관의 각종 정책에 대한 조율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해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도의 전문성과 특수한 구조를 지닌 방위사업의 특성을 감안, 서울중앙지방법원 산하에 '방위사업 전담 재판부' 신설을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수사 및 감사에 대한 '책임실명제'를 도입해 담당 수사인력과 감사담당자에게 수사 및 감사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해외에서 100만원 짜리 부품을 600만원에 수입했다고 신고하더라도 방사청은 사실상 검증 능력이 없어 그대로 원가로 인정하는 반면 국내 업체가 100만원 짜리 부품을 90만원에 생산,납품하면서 10만원을 원가절감했다는 것을 알리지않으면 비리로 처벌받는다"며 "방사청은 이런 불합리한 원가규정을 손보는 것은 물론 관계당국의 해외 파견인력 등과 협력해 현지 부품가격에 대한 정보 획득에 나서는등 원가검증 능력을 키워 엄청난 국고 손실부터 막아야한다"고 주문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은 "최근 방산 대기업의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미 공군을 대상으로 하는 T-50 훈련기 수주에도 실패하면서 방위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며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방산 리더십 미흡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방 획득과 방위사업 최상위 거버넌스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국내 연구개발과 해외구매 사업에만 집중할 뿐 방산수출 의사결정은 (안건 등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 단독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회의가 이뤄지면서 4차 산업혁명과 수출산업화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은 한계에 직면했으며 방산수출 진흥을 위해 2011년 마련된 국방산업발전협의회도 2015년 초 회의 이후 현재까지 한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박사에 따르면 프랑스는 2016년 호주로부터 잠수함사업(390억 달러)을 따낸 성공의 원인으로 대통령 비서실장 주관으로 매달 ‘방산수출현안회의’를 갖는 것을 꼽고 있다. 프랑스는 일본과 독일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의 현지생산, 일자리 창출 등의 요구를 적극 충족시켰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주재로 ‘방위산업위원회’를 분기별로 개최하면서 2017년 무기수출 규모가 153억 달러로 10년 전 대비 2배 성장했다. 일본은 방위성, 재무성, 외무성, 경제산업성 등 4개 부처 대신 합의로 최종 의사결정에 나서고 있다.

장 박사는 "T-50 수주 실패를 전화위복으로 삼고 남북협력 시대, 4차 산업혁명과 수출산업화 정책에 걸맞도록 청와대에 방산비서관을 신설하고 대통령 주재의 ‘국방산업진흥회의’를 정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부처 장관협의체(국방부, 방사청, 과기부, 산업부, 기재부)를 구성해 첨단무기 공동개발과 대규모 방산수출 사업 등 국방획득 및 방위산업 주요현안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현행 무기획득사업 중심의 방사청 조직 구조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방산분야 적용 확대와 수출 산업화 방향으로 재편하며 전 보잉 부사장 패트릭 새너한을 국방부 부장관으로, 전 텍스트론 최고경영자(CEO) 앨런 로드를 국방부 획득운영 차관보로 임용한 미국처럼 실질적인 방산수출 활성화를 위해 방산수출 주요 직위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개방형 직위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크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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