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09 06:30

최고수준 정숙성과 뛰어난 연비 일품…스포티한 외관과 대비되는 주행성능은 아쉬워

렉서스 신형 ES 300h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렉서스 신형 ES 300h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강남 쏘나타’의 원조인 렉서스 ES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한국무대에 상륙했다. 신형 ES는 얌전하고 선비 같던 외모는 온데간데 없이 한층 스포티하고 젊어진 얼굴이 인상적이다.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한껏 멋을 부린 신형 ES는 반듯한 모범생이 가죽 라이더 재킷을 입은 것처럼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큰 편이다. 

렉서스가 새롭게 내놓은 ES 300h는 렉서스의 명실상부한 대표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수입 중형차시장에서 경쟁하는 렉서스 ES시리즈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중형 수입차 시장의 수요층을 잠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부유층이 많은 강남의 중장년층이 흔하게 구입한다는 이유로 ‘강남 쏘나타’라는 별칭이 붙기까지 했다. 

하지만 ‘강남 쏘나타’라는 말은 많이 팔렸다는 칭찬도 되지만 다르게 보면 ‘양날의 검’이다. 렉서스 ES는 현대차 쏘나타처럼 ‘평범’하고 ‘무난’했던 덕분에 안락하고 내구성 좋은 세단을 찾는 강남 중장년 여성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너링이나 가속능력 등 주행성능을 강조하긴 어려웠던 탓에 젊은 층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풀체인지된 ES 300h는 컴포트 세단에 국한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인지 상당한 일탈을 감행했다. 분명 하이브리드차이지만 겉모습만 보면 고성능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날렵해진 점이 눈에 들어온다. 

렉서스 신형 ES 300h 의 외관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렉서스 신형 ES 300h 의 외관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렉서스만의 스핀들 그릴은 한층 정돈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ES에 정착했고 쿠페 스타일의 차체 디자인은 한층 역동적으로 변모했다. 렉서스 특유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기존 중후했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낸 듯한 인상이다.  

외모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달리기 실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기 마련. 몰라보게 바뀐 렉서스 ES를 더 알아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운전석에 앉았다.

사실 실내로 들어서면 외모에서 느꼈던 스포티한 감각은 다소 반감된다. 신형 ES 300h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신형 캠리와 매우 닮은 인상을 풍기는 센터페시아는 고급감이나 스포티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이다.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대각선 라인은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특히 송풍구 디자인도 프리미엄급보다는 캠리에 더 어울릴 듯 하다. 또 계기판 위에 붙은 주행모드 스위치도 꼭 이 자리에 있어야 할지 다소 아쉬운 감이 든다.   

렉서스 ES 300h의 세부 외관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렉서스 ES 300h의 세부 외관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그렇다면 렉서스 ES300h의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역시 ES는 ES였다. 렉서스의 이름값을 증명하듯 ES300h는 안락하고 조용하게 거동을 이끌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종인데도 회생제동시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던 점이 인상적이다. 구형 ES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동화 차량은 제동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큰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신형 ES 300h는 시승 중 이 같은 회생제동 소음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토요타가 새롭게 개발한 GA-K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신형 ES 300h는 렉서스 DNA인 ‘정숙성’의 정점이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흡음재 적용 범위를 넓힌데다 액티브 노이즈 콘트롤, 노이즈 저감 휠 등 차량 전반에 소음저감 기술이 녹아들어있어서다. 실제로 주행 중 시속 150km/h 이상으로 몰아붙여도 RPM이 높아지며 발생하는 엔진음 외에는 하부소음이나 풍절음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렉서스 ES 300h의 실내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렉서스 ES 300h의 실내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하지만 렉서스가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신형 ES 300h의 승차감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겉모습이 매우 스포티한 덕분에 서스펜션의 감쇄력이 다소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예상했지만 최근 시승해본 어떤 차종보다 부드러웠다.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해지고 있는 최근 차량들에 익숙해져서인지 과장을 더하자면 차체가 ‘출렁출렁’거린다. 렉서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 ES시리즈의 장점인 쾌적한 승차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지만 승차감은 탑승자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무른 서스펜션은 코너링시 스티어휠을 잡아돌렸을 때 훨씬 불리할 수밖에 없다.

렉서스 ES 300h는 프리미엄 모델답게 첨단 안전사양이 대거 적용돼 있다. 차선추적어시스트(LTA)와 다이나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긴급제동보조시스템(PCS) 등이 적용된만큼 고속도로 주행시 든든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각종 센서가 다양하게 탑재됐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도 가능하다. 다만 코너링 구간에서는 곧장 경고음이 울리며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고 하는 것은 차급을 생각했을 때 다소 아쉬웠다. 

한편 렉서스 ES 300h는 하이브리드의 명가 ‘토요타’ 태생답게 뛰어난 연비가 큰 장점이다. 서울 잠실 커넥트투에서 경기도 가평의 스테이 힐링파크까지 약 62km 구간을 주행하는 동안 계기판에는 평균연비 15.1km/가 찍혔다. 다양한 주행환경을 테스트하기 위해 급가속과 급감속, 고속주행 등을 반복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다. 

◆ 총평
새옷을 입은 렉서스 ES 300h의 첫 인상은 매우 강렬하다. 편안하긴 했지만 둔탁하고 무거워 보였던 전작과는 달리 매우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반대로 차량의 전체적인 성향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컴포트’ 그 자체다. 렉서스 특유의 편안함과 안락함은 누구라도 매력적으로 느낄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어쩐지 스포티한 새 옷과 성격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ES 시리즈의 기존 고객층인 중장년층에게 안락한 주행감은 여전히 매력적일테지만 꽤나 젊어진 외관은 중후함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반대로 젊은층은 스포티한 외관에 사로잡혀 구매를 고려할 수 있지만 겉모습과는 다른 점잖은 달리기 실력은 매력이 반감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최대 장점인 안락함과 최고수준의 연비를 또 다시 증명한 만큼 BMW 5시리즈가 주춤한 지금이 ES 300h에겐 최대의 기회다. 기존 중장년 고객층에 더해 젊은 고객까지 끌어오겠다는 당찬 렉서스의 행보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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