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0 11:32

대한상의, 상장사 직장인 4000명 조사...100점 만점에 45점
상사의 비계획적 지시로 업무 목적 및 전략 불분명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명확한 지시가 없고 전략 방향이 모호한 국내 기업들의 비합리적인 업무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구시대적인 관행과 상명하복식 업무방식으로는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기업의 업무방식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상장사 직장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업무방식 실태와 직장인 및 전문가 인터뷰로 도출한 해법이 담겼다.  

직장인들은 국내기업 업무방식 종합점수를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업무 방향성(업무의 목적과 전략이 분명하다)30점, 지시 명확성(업무지시 시 배경과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다) 39점, 추진 자율성(충분히 권한위임을 한다) 37점, 과정 효율성(업무추진 과정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다) 45점으로 모두 50점 이하로 조사됐다. 국내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전반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무과정이 비합리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원래부터 의미없는 업무’(50.9%)라는 응답이 첫 손에 꼽혔다. 다음으로 ‘전략적 판단 없는 ‘하고보자’식 추진관행‘(47.5%), ‘의전·겉치레에 과도하게 신경’(42.2%), ‘현장실태 무시하고 탑-다운 전략수립’(41.8%), ‘원활치 않은 업무소통’(40.4%), ‘상사의 비계획적 업무지시’(38.8%) 순으로 조사됐다. 

또 업무방식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비효율’, ‘삽질’, ‘노비’, ‘위계질서’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86%를 차지한 반면 ‘합리적’, ‘열정’, ‘체계적’ 과 같은 긍정어는 14%에 불과했다. 
 
이어 직장인들은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의 영향으로 ‘무너진 워라밸’, ‘수동적 업무태도’, ‘세대갈등’을 꼽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워라밸 점수를 ‘57.5점’으로 평가했다. 0점에 가까울수록 회사 업무로 인해 개인의 삶을 계획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이다.

워라밸이 낮은 원인을 묻는 질문에 ‘불필요·모호한 업무’(30.0%), ‘무리한 추진일정 설정’(29.5%), ‘상사의 갑작스러운 지시’(7.9%) 등 비효율적 업무방식이 67.4%로 우위를 차지했다. ‘절대 업무량 과다’(16.3%), ’칼퇴 눈치주는 기업문화’(12.3%)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비합리적인 업무방식이 직장인의 동기부여를 저해하고 수동적인 업무태도를 만든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제조업체 기획팀에 근무하는 A차장은 “경영진 지시사항이니 열일 제쳐두고 무조건 빨리 하라는 풍토, 모호한 지시 해석하느라 오락가락하는 업무방향, 과도한 보고서 꾸미기 덕에 연일 야근하다보면 대체 왜 이렇게 일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 업무를 하며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71.0%, ‘직원은 회사의 소모품이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도 57.4%로 조사됐다. ‘업무방향이 이상해도 지시받은 대로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직장인의 60.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이심전심과 상명하복을 바라는 소통문화 역시 비합리적 업무방식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모호하게 지시해도 ‘척하면 척’ 알아야 하고 질문하면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소통문화 때문에 불필요한 일이나 업무과정 전반의 비효율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기업의 업무방식 개선을 위한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진단결과와 해법을 담아 책자 ‘Why Book’을 발간했다. 사원부터 CEO까지 각 직급별로 처한 비합리적 상황을 6개의 질문으로 구성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또한 소통으로 성과를 내는 실습중심의 리더십 교육을 개설해 새로운 리더십 훈련 기회도 제공한다. 

박준 대한상의 팀장은 “현재 대다수 리더들은 명확한 성공모델에 따라 하달된 전략을 이행하는 산업화 시대 소방수형 인재로 길러져 ‘Why’를 고민하고 협의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며 “스스로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경영환경 변화와 맞물리며 리더십이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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