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1 05:40

가성비, 커스터마이징, 독특한 디자인으로 젊은 고객층 사로잡아

2019년형 티볼리 아머. (사진제공=쌍용자동차)
2019년형 티볼리 아머. (사진제공=쌍용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독과점하고 있는 탓에 자동차 문화 역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단조로운 편이다. 20~30대의 첫 차는 아반떼, 30~40대는 쏘나타, 40~50대는 그랜저라는 공식이 최근 5년여 전까지 이어져 왔다. 특히 준중형급은 ‘아반떼급’, 중형급은 ‘쏘나타급’으로 불리는 세태는 획일화된 국내 자동차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존 시장구도를 한 번에 무너뜨린 차종이 있다. 현대‧기아차 소속이 아니면서도 약 4년간 꾸준히 시장 선두를 유지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한 차. 쌍용차의 소형 SUV ‘티볼리’의 이야기다. 

티볼리가 속한 소형SUV 시장은 쉐보레 트랙스가 지난 2013년 첫 등장한 이후 지난 5년 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연간 1만2000대 수준이었던 소형SUV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지난해는 14만4000대로 5년 만에 12배까지 급증했다. 

트랙스는 국내 소형SUV시장을 처음 개척한 차종이지만 시장 텃밭을 제대로 일군 모델은 단연 티볼리다. 티볼리는 2014년 첫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25만대 이상 판매되며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최근엔 현대차 코나에 다소 밀리는 듯한 인상이지만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코나와 엎치락뒤치락 하며 시장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티볼리를 비롯한 소형SUV 차종들의 약진으로 고객층이 겹치는 아반떼 등 준중형 세단의 입지가 줄어들게 됐다. 

특히 괄목할 만한 점은 국내 모든 차급 가운데 티볼리가 유일하게 현대차를 눌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형SUV 시장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코나급’ 대신 여전히 ‘티볼리급’로 불리는 중이다. 현대차로선 자존심이 상당히 상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나의 상승세가 두드러지자 쌍용차는 2019년형 티볼리를 새롭게 내놓고 재도약을 선언했다. 상품성을 대폭 개선하며 전열을 재정비한 쌍용차는 작정한 듯 ‘미디어데이’를 열고 새로워진 티볼리의 시승회를 진행했다. 

2018년형 티볼리 아머. (사진제공=쌍용자동차)
2018년형 티볼리 아머.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차는 개성 넘치는 티볼리 특색에 맞춰 기존 모델에 ‘오렌지 팝’ 색상을 추가하고 뒷범퍼엔 크롬 가니쉬도 새롭게 새겨 넣었다. 뿐만 아니라 16인치 휠도 신규 디자인하고 후드‧휀더‧도어 가니쉬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스텝게이트 방식의 기어레버 대신 부츠형 레버를 신규 적용했고 경사로 하강시 자동감속(HDC) 기능과 G4 렉스턴에 적용된 오토클로징 도어(하차후 일정거리 이동시 자동잠김)까지 살뜰하게 챙겼다.    

기존 티볼리 아머의 상품성을 소비자들로부터 확실히 인정받은 데다 페이스리프트가 아닌 연식변경이기 때문에 큰 폭의 변화는 없는 편이다. 하지만 기존 티볼리에서 아쉽게 생각됐던 부분들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코나와의 일전을 다시 한 번 준비할 수 있게 됐다.

2019년형 티볼리 아머가 지난 5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줄지어 늘어서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2019년형 티볼리 아머가 지난 5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줄지어 늘어서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티볼리가 경쟁자의 등장에도 힘을 잃지 않는 이유는 ‘가성비’와 ‘디자인’, 그리고 ‘커스터마이징’에서 찾을 수 있다. 주로 사회초년생 등 젊은 고객이 많은 소형SUV 시장의 니즈를 정확하게 간파한 셈이다.실제로 쌍용차가 발표한 티볼리의 고객분석을 보면 20~30대의 비중이 무려 46%에 이르고 여성고객도 64%나 차지한다. 다시 말해 첫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젊고 트렌디한 여성고객들이 티볼리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사실 티볼리는 엄연히 소형차인지라 동력성능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 티볼리의 1.6 디젤엔진은 최대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30.6kg‧m 수준이기 때문에 차량을 강하게 몰아붙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티볼리를 구입하는 고객층이 티볼리에 바라는 건 강력한 동력성능이 아니다. 티볼리는 저렴하면서도 멋진 디자인, 그리고 풍부한 편의옵션과 좁지 않은 실내공간까지 젊은 층이 원하는 대부분의 덕목을 지니고 있다.

2019년형 티볼리의 가격은 디젤모델 기준으로 2033만원부터 2376만원이다. 티볼리는 2000만원대 초반의 가격에도 소비자 선호 사양인 운전석 통풍시트, 열선스티어링휠, 2열 열선시트 등이 적용돼 있고 동급 최다인 6대의 감지센서를 적용해 주차편의성을 확보했다. 

2019년형 티볼리 아머의 실내공간 모습. (사진제공=쌍용자동차)
2019년형 티볼리 아머의 실내공간 모습.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이 밖에도 FCWS(전방추돌경보시스템), AEBS(긴급제동보조시스템), LDWS(차선이탈경보시스템), LKAS(차선유지보조시스템) 등 다양한 ADAS 사양이 적용돼 상위차종인 렉스턴스포츠도 불가능한 반자율주행 기능까지 가능하다. 티볼리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실제로 주행해보면 생각보다 매끄럽고 믿음직스럽다. 

또 티볼리는 커스마이징 모델인 기어 플러스를 운영해 주력 모델인 VX를 기반으로 수십만가지의 서로 다른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차로 만들어 개성을 뽐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총평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에서 자유로를 지나 파주 지니디오 카페로 가는 약 40km 구간을 주행하는 동안 티볼리는 자신만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동력성능을 톡톡 튀는 디자인과 풍부한 편의사양으로 만회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티볼리가 국내 소형SUV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엔트리급에선 코너링, 최고출력, 소음, 승차감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경제성과 가성비 등 첫 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니즈를 얼마나 파악했느냐가 승부를 결정한다.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내년 출시된다. 신형 모델이 출시되기 전까지 가장 큰 경쟁자인 코나로부터 상당한 위협을 받겠지만 연식이 변경된 티볼리는 자신만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했다. 무기를 재정비하고 코나와의 진검승부에 나서는 티볼리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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