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1 18:12

안전보건공단 지적에도 관련 대응매뉴얼 전무…사고직후 대피명령도 없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 누출사고는 예견된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해화학물질인 CO2 누출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9월 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소화설비에서 CO2가 누출돼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당시 공장 내 자동소화기 설치와 관리를 맡은 협력사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의 이산화탄소 유출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3월에도 수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기계실 내 변전실에서 소방설비 오작동으로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5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013년에 CO2 위험성에 대해 안전보건공단에서 이번 사고의 위험을 지적했지만 이후 두 번의 CO2 누출로 인한 사망사고뿐만 아니라 재난대응매뉴얼에도 해당 내용이 전무하다"고 11일 밝혔다. 

이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013년 1월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사고 이후 삼성전자의 공정안전실태를 토대로 그해 5월 종합진단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2013년에 이미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CO2 위험성 교육미비, 유해위험물질 목록 누락, 공정안전보고서 누락, 대응매뉴얼의 미비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보고서 366페이지에는 공정안전보고서(PSM)상에 결함이 많고 유해위험 물질목록에 CO2가 제외된 내용이 포함됐다. 

또 583페이지에는 이산화탄소 독성에 대한 간과 물질위험에 대한 교육미비를 지적하고 개선방향으로 CO2 소화설비의 방출에 따른 독성과 사망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제시했다. 

CO2 누출사고의 위험을 지적했는데도 대응매뉴얼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삼성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또 이 의원은 이날 열린 환노위 국감에서 삼성전자가 사고 직후 30여분간 전직원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사고 발생 30분 이후 촬영된 건물 폐쇄회로영상(CCTV)을 제시하며 "청소노동자 한 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모습이 찍혔는데 이는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증거"고 비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CO2가 방출된 장소와 생산라인은 별개 공간이었다"며 "안전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관련 당국과 함께 이번 사고를 철저하게 조사한 뒤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특히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는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사업장이 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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