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2 06:00

현실반영 안된 조항 수두룩…전문가 공청회 등 사회적 검증 거쳤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도로교통법은 도로의 안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정인 만큼 개정안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불합리하거나 보편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국민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쉽게 법안을 만들 수 있는 의원입법은 절차가 쉬운 만큼 공청회와 각계의 전문가 의견 등 여러 번의 절차를 거쳐야 추후의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에서는 다양한 법안이 없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통법이나 김영란법은 물론 대학 내에 적용하는 NCS 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9월 28일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역시 우려되는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 번째가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다. 이미 뒷좌석 안전띠 착용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법이었지만 이번에 모든 도로에서 착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당연히 뒷좌석 안전띠 착용은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규정이다. 차량이 충돌 시 가장 위험한 영역이 바로 뒷좌석이기 때문이다. 앞좌석은 습관적으로 매는 습관이 있으나 뒷좌석은 지금까지 소홀히 한 부분도 많았고 고속도로 등에서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으나 형식적으로 무시한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택시나 광역버스 등에서 의무화가 되면서 어린 영유아들에게 착용시키는 카시트의 의무화다. 부모들이 카시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택시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모든 택시에 적지 않은 부피인 카시트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광역버스의 경우는 더욱 큰 문제다.
 
논란이 많으나 법안에 대한 취지는 옳은 만큼 세부적인 방법만을 고민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자가용은 부모의 의무라는 측면에서 당장 단속을 시작해도 되고 택시와 광역버스는 고민하자는 것이다. 선진국도 상당 부분 상업용 차량의 카시트 장착 의무화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일반 택시는 그냥 놔두고 고급택시 등을 대상으로 영유아 등을 함께 탑승할 경우 장착된 차량을 중심으로 호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일반 차량은 당연히 전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는 기본이고 자가용은 카시트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인증된 카시트의 종류도 많고 가격도 많이 저렴해져서 구입에도 큰 불편은 없다. 

이번에 개정안에 빠져서 아쉬운 것은 영유아를 벗어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일반 안전띠를 착용하면 어깨가 아닌 목으로 내려오는 만큼 충돌 시 질식사 등 위험요소가 큰 만큼 좌석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보조방석인 부스터의 의무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적인 강제성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보호한다는 기본 생각으로 문화적 안전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두 번째로 자전거 안전모 의무 착용이다. 이 문제는 필자도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공청회 등 다양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순 논리로 만든 법안이라고 본다. 물론 당연히 안전모를 착용하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내용이다. 이런 논리는 두터운 방탄복 등을 의무화하면 더욱 사고는 줄어든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유일하게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수십 년전 의무화한 호주의 경우 심각한 후유증으로 자전거 인구가 급감하기도 했다. 역시 자전거 천국인 일본의 경우 안전모를 착용하면 쳐다볼 정도로 신기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사고가 많은 것도 아니고 도리어 극히 적은 사고비율로 유명하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자전거 탑승자와 보행자, 그리고 운전자가 서로 배려하고 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안전모 착용은 득보다 실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국내에서 현재 활성화되기 시작한 지자체의 자전거 대여제도도 후폭풍이 거세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안전모를 대여했더니 분실은 기본이고 위생 등을 고려하면 거부감도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집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슈퍼에 가는데 안전모를 써야 한다는 논리도 웃기고 도로 외 지역인 공원이나 캠퍼스, 아파트 단지 내에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은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동호인 등 위험요소가 더욱 큰 대상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안전장구 착용으로 나아가야 하는 항목이지 처벌조항으로 강제성을 띠어야 할 항목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경사로에서의 고임목 장착 의무화이다. 매년 청소차나 트럭 등의 여러 번의 내리막 길 사고로 입안한 내용이라 할 수 있으나 역시 심각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경사로에서는 당연히 주차브레이크를 하고 앞바퀴 방향을 보도쪽 턱으로 향하여 안전을 도모하고 트럭 등 크고 관성이 큰 차량은 바퀴 앞에 고임목을 받치는 것은 당연한 임무다. 그래서 트럭 등 큰 차량들은 고임목 등을 가지고 다니는 차량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법안을 만들고 의무화하고 벌칙조항을 마련하면 문제는 커진다는 것이다. 고임목이 몇 개를 해야 만족되는지, 한두 개가 없으면 위법인지도 모르고 경사로라는 것이 1도부터 수십도까지 많은데 무엇을 경사로로 정의한 것인지 조차 없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안 마련은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의 법안 대신 현실을 반영하고 문화적 공감대가 함께하는 법안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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