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3 06:20

세단에서 몸집만 불린 국산SUV…가격은 비싼데 활용은 제한적
"레저활동 특화된 설계 및 편의사양 필요"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SUV 시장이 전 세계적인 SUV 붐을 타고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해 2월 선보인 현대차 싼타페TM은 출시 이후 월간 1만대 내외의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코나와 티볼리가 이끄는 소형SUV 시장도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완성차5개사의 판매실적을 뜯어보면 SUV 차종의 강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지난달 국산차 판매량 상위 20개 차종 가운데 SUV는 총 8개 차종이다. 상용차인 스타렉스와 포터, 봉고트럭을 제외하고 승용모델만 본다면 약 47%의 점유율이다. 더 주목할 점은 싼타페(1위)를 비롯해 쏘렌토(9위), 코나(11위) 등 SUV 차종의 순위가 높았다.             
    
하지만 약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산차 시장은 세단천하였다. 지난 2013년 9월 판매량을 보면 상위 20위권 차종 가운데 SUV는 단 4종뿐이었다. 특히 당시 아반떼(1위), 쏘나타(3위), 그랜저(4위) 등 세단차종이 최상위권을 독식했고 10위권 내 SUV는 싼타페(7위)가 유일했다.

누가봐도 국내 SUV 시장은 양적으로 확실히 성장한 모양새다. 레저열풍과 맞물려 특유의 공간활용성과 다목적성 등이 소비자들에게 단단히 어필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나 ‘유행’에 민감한 국내 소비시장 특성 덕분에 SUV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특히 SUV 차종은 같은 급 기준으로 세단보다 가격이 수백만원씩 비싸기 때문에 불황을 겪고 있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효자일 수밖에 없다.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비싼 SUV로 수익성을 지켜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 1위인 현대차 싼타페TM. (사진=현대차)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 1위인 현대차 싼타페TM. (사진=현대차)

문제는 국내 SUV 시장이 겉으론 충분히 성장했지만 속을 뜯어보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SUV를 세단화 시킨 탓에 본연의 장점과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다 주로 디젤엔진이 주력인 탓에 환경문제도 따라다니고 있다. 

실제로 국산 SUV들은 대부분 험로를 주파하기 힘든 설계를 갖고 있어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외관만 ‘SUV형’으로 바뀌었을 뿐 맡은 역할은 기존 세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김새는 어디든 가는 곳이 길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길’만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SUV 소비자들의 차량 사용 패턴은 세단 소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코나 등 소형SUV의 경우 일반 해치백에 가까운 ‘무늬만 SUV'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반면 지프, 랜드로버, 스바루 등 SUV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모노코크 바디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SUV만의 장점을 살려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 브랜드의 차종들은 상대적으로 지상고와 전고가 높게 설계돼 레저활동에 매우 적합하다. 또 다양한 수납공간은 물론 오프로드 특화 주행모드를 갖추고 있고 시트배치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어 적재에도 유리하다.             

이 말을 바꿔보면 국내 소비자들은 세단 역할을 하는 SUV를 구입하기 위해 200~300만원 가량 지출을 더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유행에 휩쓸려 세단보다 비싼 SUV를 구입하긴 했는데 정작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세단에서 몸집만 부풀린 채 가격을 올려 판매에만 혈안이 된다면 소비자들로서는 국산 SUV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도심형 SUV에 주력하고 싶다면 발전기, 220볼트 인버터 등 레저활동과 특화된 편의사양이라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SUV라면 오래 전 갤로퍼나 무쏘 같은 투박한 정통 오프로더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SUV로서의 DNA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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