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10.15 16:51

식약처 다른 고혈압약 전수조사 엄두도 못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중국산 발사르탄(고혈압 약 원료)에서 발암가능물질(N-니트로소디메틸아민, NDMA)이 검출된 이후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시판 의약품을 판매 중지시키는 등 신속한 초기대응을 실시했다.

하지만 발사르탄 외 로사르탄 등 다른 ‘사르탄’ 계열에 대한 전수조사는 아직 실시하지 않았고, NDMA를 제외한 다른 발암물질의 함유 여부를 밝힐 검사법은 마련조차 못하는 등 후속대처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사르탄 등 다른 고혈압 약 전수조사 계획은? “미정”

식약처는 지난 7월 6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파악한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NDMA 검사법을 확립했고, 한 달 만에 NDMA 잠정 관리 기준(0.3 ppm 이하)을 마련했다.

7월 26일에는 다른 사르탄 계열 의약품 추가 전수조사를 예고했다.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떨어뜨리는 ARB(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 계열에는 발사르탄과 함께 로사르탄·이베사르탄·칸데사르탄·텔미사르탄 등이 있으며, 이들 원료도 발사르탄과 비슷한 제조공정을 거치는 만큼 NDMA 검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중인 사르탄 계열 고혈압 치료제는 모두 93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아직까지 다른 사르탄 계열에 대한 시험법을 확립하지 못했으며, 관리기준 마련은 예상 시점조차 없는 실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은 이미 검사 대상을 로사르탄·이베사르탄·칸데사르탄 등으로 확대해 발암물질 함유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발암물질 검출 원인? “파악 중"… 제지앙 화하이 실사는 11월 예정

식약처는 NDMA가 검출된 3개사 품목에 대해서는 발암물질이 발생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EMA에 따르면 제지앙 화하이는 2015년 9월 제조공정을 변경했으며, 이에 따라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3개사는 제지앙 화하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사르탄을 제조하지만 NDMA가 검출됐으며, 식약처는 원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제지앙 화하이에 대한 현지실사를 올해 11월로 예정하고 있어 늦장대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MA의 경우 이미 해당 제약사에 대한 현지실사를 실시했으며, 'GMP 규정 미준수'라는 분석까지 내린 상태다.  

◆유럽·미국·일본은 'NDEA' 검사 결과까지 발표…식약처는 검사법·기준 미확립

유럽·미국 등은 이미 NDMA 검사를 종료하고, 유사 발암물질인 ‘NDEA’ 검사 결과까지 발표하며 신속한 후속조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NDEA는 NDMA와 발암등급이 동일하며, 독성은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FDA는 지난달 ‘토렌트 파마슈티컬즈’가 제조한 제품에서 NDEA가 검출됨에 따라 회수 조치를 단행했다.

반면 식약처는 아직까지 검사법 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류영진 처장은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NDMA 검사법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NDEA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며 "현재 두 가지 물질을 동시에 검사하는 방법을 확립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향후 다른 사르탄 계열도 곧 성분을 확인해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르탄 계열 의약품에 대한 검사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제지앙 화하이와 제조공정이 다름에도 NDMA가 검출된 3개사 품목의 원인 분석과 현지실사 등도 빠르게 완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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