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5 18:16

국회 정무위 "협력사 전속거래 강제해 납품단가 지속인하"…경영개입 및 보복 의혹도 제기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 "협력사 경영난은 현대차 판매실적 하락 때문"…모든 의혹 부인

정재욱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앉아있다. (사진=이수정기자)
정재욱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앉아있다. (사진=이수정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의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의혹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현대차의 전속거래 피해 등의 문제를 지적하자 현대차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정무위 의원들은 지속적인 단가인하로 판매부진에 따른 책임을 하청업체들에게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 집중 질타했다.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은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속거래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질의에 답변했다. 이날 정 본부장은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등으로부터 하청업체 피해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완성차 중심의 수직적 전속거래구조로 하청업체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이날 정무위 의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현대차 하청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어려움을 이겨내기 못한 2차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집중 조명됐다. 

먼저 성일종 의원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보다 협력사들의 영업이익율이 한참 떨어지는 것을 지적했다. 성 의원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각각 4.75%, 5.76%의 영업이익율을 기록했지만 1차 협력업체 중 상장사 2곳의 영업이익률을 확인한 결과 같은해 2.39%, 2.14%에 그쳤다”며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이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특히 성 의원은 “한 부품업체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전속거래 업체로 영업이익률 5.47%를 기록했지만 계열사를 분리해 전속거래가 아닌 100% 자사브랜드로 운영한 결과 같은해 14.07%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전속거래로 하청업체들이 매출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성 의원이 인용한 공정위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완성차업체의 영업이익률은 9.6%로 유럽(7.1%) 등 주요 국가보다 높지만 부품업체 이익률은 4.4%에 불과해 유럽(8.0%), 일본(6.3%) 등 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에 성 의원은 “이 같은 구조를 바꾸려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한 회사로 통합시켜야한다”며 “이 문제를 다루려면 구매본부장이 아닌 의사결정권을 가진 정의선 부회장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 본부장은 “최근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모든 경영진들이 어려움을 걱정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유례없는 성장을 할 때는 협력사들도 함께 성장했지만 최근 판매가 둔화되면서 함께 힘들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무위 의원들은 현대차 하도급업체들의 어려움은 단순히 불황 때문이 아니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고용진 의원은 정 본부장에게 “현대차의 하도급 업체의 부진은 단순히 경기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라며 “전속협력 거래관계 속에서 더욱 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피해사례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동의하는지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협력업체들에게 전속계약을 강제하지는 않는다”며 “협력사의 경쟁력이 완성차의 경쟁력”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 의원은 현대차가 전속계약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이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하청업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차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고 의원은 현대차의 하청업체 경영개입 의혹과 1차협력사에 2차협력사의 납품대금을 주지 않도록 지시한 의혹도 제기했다. 고 의원은 “현대차는 2차협력사에게 임직원 급여내역, 순이익 등 영업비밀 내용을 제출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아는데 이는 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대차 이모 이사가 새로운 금형을 주면서 품질이 떨어지면 죽는다며 생산을 강제하고 고려산업이 부도 위기에 내몰리자 새 금형을 다른 공장에 나눠준 사실이 있느냐”며 정 본부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정 본부장은 “경영정보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청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500억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만 요구했을 뿐”이라며 납품대금과 관련해서도 “나는 이 내용을 알지 못하며 협력사들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협력업체에 생산을 강제한 의혹 역시 전면 부인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하청업체 대표들은 현대차의 하도급 불공정거래는 공정위 책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업체 대표인 이재만씨는 “공정위가 공정하게 현대차를 조사했더라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기업 갑질 사태는 공정위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없어진 뒤 새롭게 태어나야한다“고 공정위를 비판했다.   

이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에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한 분들께 사과드리지만 모든 사건을 개별로 처리하기에는 쉽지 않다”며 “현대차의 하청업체 갑질사건들은 다시 살펴보고 있고 다시는 이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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