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민영빈 기자
  • 입력 2018.10.16 16:37
김포 맘카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글(왼쪽)과 16일 보육교사 자살소식에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가 김포 맘카페에 올린 글. (사진=김포 맘카페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웍스=민영빈 기자] 김포 맘카페에 올라온 글 하나로 30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억울하게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15일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경 김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38)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옆에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 미안하다’라고 적힌 메모가 놓여 있었다. 

해당 사건은 김포 맘카페에 한 글쓴이가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자신의 조카가 학대를 당했다고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글쓴이는 어린이집 교사가 조카를 밀치고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맘카페 회원들은 제 일처럼 공분했다.

어린이집 이름이 공개된 탓에 보육교사 A씨의 신상은 공개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후 어린이집에는 항의전화 빗발쳤고 이모라고 밝힌 해당 글을 쓴 당사자는 어린이집을 찾아가 A씨에게 욕을 하고 물을 뿌리는 등 행동을 했다. 이틀 뒤 보육교사 A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정작 해당 글을 쓴 이모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올라온 맘카페 게시물에서 시작된 논란이 죄 없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실제로 자살한 교사는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고, 해당 오해도 풀었음에도 신상 털기와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교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사실을 바로 잡기 위한 목소리가 맘카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A씨의 동료교사는 "(맘카페로 인해)3년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다. 견학날 교사에 안기려 한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고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교사의 반과 실명, 사진은 순식간에 공개됐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당사자인 어린이 어머니는 괜찮다고 이해해 주셨는데, 오히려 그 이모가 더 소리를 질렀다. 원장과 부원장, 교사가 모두 이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A는 모든 걸 자신이 짊어지고 떠났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를 남겨두고 떠날 결심을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한 학부모도 “제 아이의 담임이었고,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며 “아이가 엄마보다도 더 좋아한 선생님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이가)견학 당일에도 선생님께 젤리를 준다며 곰돌이 젤리를 사들고 버스에 탔다”며 “국화축제에 있었던 상황이 아동학대라면 저는 수없이 더 심한 학대를 하며 아이 둘을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더 이상 선생님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바라며, 아이 선생님의 명예회복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육교사 A씨의 억울한 죽음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글과 김포 맘카페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청원 글들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한 청원인은 “견학지에서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지역 맘카페의 마녀사냥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 사망했다”며 “사실상 아동학대로 아니었고, 부모와 오해도 풀었지만 신상털기와 악성댓글은 계속돼 목숨을 끊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작 해당 카페에서는 고인에 대한 사과나 사건에 대한 반성없이 관련 글이 올라오면 삭제하기 바쁘고 글 작성자를 강퇴시키고 있다”며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한 보육교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청원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5만3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다른 청원인은 “김포 맘카페 사건을 수사해달라”며 “이모라는 분은 폭행죄, 정보통신 등의 명예훼손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나아가 김포 맘카페 운영진까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하는 것만이)억울함을 안고 간 보육교사의 원혼을 위로하는 우리들의 작은 임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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