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에 급파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살만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옹호하면서 사태의 조기 수습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리야드 야맘마궁에서 살만 국왕과 빈살만 왕세자를 잇따라 면담했다.

이와관련,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살만 국왕에게 언론인 실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사우디 정부가 이 사건을 적시에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성실히 지원한 데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터키에 합동실무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뒤 13일 터키로 조사단을 보냈으며, 15일에는 왕명으로 자체 수사를 개시했다. 터키 경찰은 이날 오후 사우디 측이 파견한 조사단과 함께 9시간 동안 사건 현장인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수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사우디에 이어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의 조기 수습에 나섰다"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를 제재했을 때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머니’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1100억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무기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실종사건의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하는 세계 여론이 급등하는데 대해 "너무 성급히 속단할 일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그는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브랫 캐버노 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불거진 성폭행 혐의가 결국에는 주장으로 끝났고 인준 표결을 통과하면서 평정된 사실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유죄'라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나는 그것이 싫다. 캐버노 대법관의 경우도 그런 식으로 최근 끝났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가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체류하면서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온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하려고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후 터키 정부는 그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영사관에서 정보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사우디 정부는 배후설을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나 CNN 방송은 터키 관료를 인용, "카슈끄지가 2주 전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뒤 토막 내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