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10.17 11:54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건강보험 청구건수가 지난 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의료기관이 13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기관의 97%가 건강보험을 청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부 병원이 환자에게 진료비 전액을 부담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5~2017년) 건강보험 청구가 단 한 건도 없었던 의료기관은 모두 1286곳이었다.

건강보험 청구가 0건이었던 의료기관을 종별로 살펴보면 의원급이 1185개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의 3.8%에 해당한다.

표시과목별로는 진료과목이 표시되지 않거나 일반의가 진료하는 의원(592개)이 가장 많았고, 이어 성형외과(562개), 외과(11개), 병리과(4개) 순이었다.

특히 성형외과 10곳 중 6곳은 건강보험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전체 성형외과 945개 가운데 건강보험 미청구 병원은 59.5%(562개)에 달했다.

예컨대 강남구에 위치한 A성형외과(의원급)는 지난 3년 동안 총 8억5919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공급받았고, 이 중 건강보험 적용 약제가 7억1219만원이었다. 하지만 이 병원은 동일기간 동안 건강보험 청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 대해 의원실은 “병원측이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하지 않고, 환자에게 진료비 전액을 부담시켰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확인신청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대상임에도 급여청구를 하지 않고 환자에게 모두 부담시키다가 적발돼 환불한 금액은 1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전체 환불금액의 76.5%에 달하는 수치다.

13억원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급여대상 처치를 건강보험 비급여 처리한 금액 5억6816억원,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에 건강보험 미적용 2억3353억원, 별도산정 불가항목 비급여 처리 5억1940억원 등이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모든 병의원에 대해 건강보험을 당연지정제로 적용하고 있으며, 전체 의료기관의 97.7%가 건강보험을 청구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일부 건강보험 청구가 없는 기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청구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 가운데 부당행위가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즉각 현지조사를 실시해 국민이 부당한 진료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