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8 05:30

'카카오T카풀' 출시 예정에 "택시종사자 생존권 파탄날 것" 반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택시조합원들이 지난 10월 4일 경기도 분당 소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카카오 카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택시조합원들이 지난 10월 4일 경기도 분당 소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카카오 카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카카오의 카풀사업에 반기를 든 택시업계가 전국적인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투쟁에 돌입한다. 카풀 등 자가용 불법영업이 시작되면 약 27만명에 달하는 택시기사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는 게 택시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이날 서울택시 상당수가 운행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택시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단체로 이뤄진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전국 10만명 이상의 택시종사자가 함께하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다. 특히 서울택시들은 이날 결의대회와 함께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에 등록된 택시는 개인택시 4만9242대, 법인택시 2만2603대 등 총 7만1845대에 이른다. 

앞서 지난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카풀’이라는 이름의 카풀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카카오T카풀은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이용자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아직 정식 출시일은 미정이지만 이미 카풀 드라이버 사전 모집에 들어간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가 이동수단이 가장 필요한 시간대에 집중되는 승차난을 완화하고 모빌리티 분야가 혁신 성장에 기여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택시업계와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업계는 현행법상 불법인 자가용 카풀 영업은 택시종사자의 생존권은 물론 시민의 교통안전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총력 투쟁에 들어갔다. 

이에 카풀 비대위는 앞서 지난 4일과 11일에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카카오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특히 비대위는 카카오가 카풀 불법서비스를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카카오택시의 콜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다.   

비대위는 “카풀 서비스는 택시뿐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등도 영업손실을 겪어 운행횟수 감축 및 노선폐지, 세부담 증가 등 대중교통 전반의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리의 싸움은 단순한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시민의 안전한 교통서비스 보장과 교통편의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투쟁 배경을 설명했다. 오히려 자가용 카풀 영업이 시민의 편의 증진보다 사기업 영리 목적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택시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자가용 카풀영업을 합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는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 자가용 유상운송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신설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카풀이 4차 산업혁명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한 럭시 등 카풀앱 서비스 업체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들도 카풀의 부작용으로 뒤늦게 규제에 들어간 만큼 우리나라도 카풀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는 카풀에 따른 생활고로 택시 전업운전사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자 카카풀 운행대수를 제한했고 중국은 성폭행 및 살해사건 등으로 카풀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비대위는 “법으로 금지된 자가용 카풀 영업을 정부가 허용하면 택시산업은 죽고 택시기사들은 실업자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택시산업을 살리겠다며 택시발전법을 제정했고 대선 공약집을 통해 택시종사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키고 육성해야할 쪽이 어느 쪽인지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달리 국회는 이 같은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고 카풀 서비스 금지 법안 다수를 발의한 상태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카풀 앱 업체의 자가용 유상운송 알선행위를 금지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카풀 서비스를 둘러싸고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줄다리기가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카풀을 허용하면 택시업계의 반발은 물론 각종 범죄발생 등 역효과가 우려되고, 규제할 경우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파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입장을 중재한 정부의 해법이 나오기까지는 극심한 사회적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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