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17 17:16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택시조합원들이 지난 10월 4일 경기도 분당 소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카카오 카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택시조합원들이 지난 10월 4일 경기도 분당 소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카카오 카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대표 IT기업인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놓고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택시종사자들의 생계 보장과 신산업 육성이라는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자동차문화는 자연스럽게 소유가 아닌 ‘공유’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일본에선 자율주행 택시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고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서비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원하는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를 불러 탑승하는 서비스는 조만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중 하나다. 특히 차량공유는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한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로 공전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공유 서비스 중 하나인 카풀은 자율주행 차량호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적합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운전자는 출퇴근하는 길에 동승자를 함께 태워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용자도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목적지를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좀처럼 카풀업체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카풀업체 ‘차차’는 서울시와 국토부 사업중단을 통보했고 또 다른 업체인 풀러스는 경영악화로 대표가 사임한 뒤로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국내에 남은 카풀업체는 글로벌 차량공유회사인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럭시 뿐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차량공유업체 ‘럭시’ 248억원이나 들여 사들인 뒤 카풀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재로선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택시업계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다른 카풀업체들처럼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처럼 ‘신산업’이라 불리는 카풀 서비스가 국내에 연착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새로 만들어 카풀을 비롯한 공유경제 활성화를 주요 의제로 내걸었지만 결국 구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위원회는 이렇다 할 추진 방안과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지난달 1기 위원들의 임기를 끝냈다.   

카풀은 국내 택시업계에 만연한 승차거부에 대응할 강력한 카드다. 실제로 카카오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출퇴근 시간인 8∼9시 사이에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카카오 택시 호출이 총 20만5000여건 발생했지만 택시가 호출을 수락한 건수는 3만7000건에 머물렀다. 

또 지난 1년간 카카오 택시의 호출 횟수는 폭염·혹한·폭우·폭설일 때 각각 23%, 3%, 54%, 48%나 폭증했지만 정작 출근한 택시기사 수는 각각 2%, 1%, 14%, 31%씩 줄어들었다. 택시가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택시들이 이용객을 외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등록된 택시 수만 해도 개인택시 4만9242대, 법인택시 2만2603대 등 총 7만1845대에 이른다. 이처럼 택시 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도 택시 이용객들의 ‘승차난’은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개인택시 면허를 사려면 약 1억원의 비용이 필요한데도 여전히 택시숫자는 많고 이용객들의 불편만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정책은 응당 ‘국민의 편의증진’을 위해 짜여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규제개혁’과 ‘일자리 창출’을 줄곧 부르짖던 정부는 차량공유 관련 규제를 거둬들이고 카풀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해야 앞뒤가 맞다.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각종 범죄우려는 까다로운 드라이버 등록절차를 도입해 건전한 시장을 만들면 될 일이다. 앞서 카풀을 도입했던 국가들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철저히 분석해 역효과를 막을 대책을 수립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택시업계 역시 밥그릇 사수를 위한 생떼만 쓸 것이 아니라 승차거부, 불친절, 외국인 대상 요금 뻥튀기 등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 서비스 향상을 위한 자정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애초에 택시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없었다면 카풀업체가 시동을 거는 일은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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