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1.27 11:51

개별 기업과 지역 단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계 차원에서 진행하는 순수한 청원 운동이라며 조속히 야당이 쟁점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에서는 서명운동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실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서명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관제 데모'라고 비판한 한면,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결탁하여 국회를 압박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최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나, 주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전체적으로 이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도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이번 서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경제계’ 전체가 참여

일부 재벌들만이 주도한다고 하기에 이번 서명운동은 ‘판이 크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이번 서명운동에는 중소기업중앙회나 소상공인연합회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을 대변하는 단체들도 참여할 뿐만 아니라, 각 업종별 협회도 대다수 참여하고 있어 특정 기업이나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기 위해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박이다. 

실제 서명운동 주최 측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서명운동을 앞장서서 주도할 단체로 대한상의가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대한상의가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각 지역에 소재한 소상공인까지 모두 아우르는 대표성을 갖고 있고 실제 전국 조직망을 갖고 있어 서명운동을 주도하기가 더 용이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장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회관 1층에 마련된 부스를 찾아 서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손광희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한편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중기중앙회나 소상공인연합회가 단순히 ‘이름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새다. 중기중앙회의 경우 서울을 비롯해 인천·강원·충북 등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그 누구보다도 이번 서명운동 확산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서명에 참여한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우리 경제의 미래와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제활성화 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업종별ㆍ지역별 협동조합 등 산하조직을 통해 입법이 완료될 때까지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에게 서명운동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경제활성화법, 중소기업과도 직간접적으로 관련성 높아

이처럼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도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에 나서는 것을 두고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실제 노동개혁 법안이나 경제활성화 법안과 특별한 관련성도 없으면서 그저 ‘정권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하지만 실제 업계는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다.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 여부가 중소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뿐만 아니라, 결국 대기업 혹은 다른 중소기업과의 연결고리를 감안했을 때 간접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개혁 4대 입법 중 현재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은 오히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혹은 영세기업과 더 관련성이 높은 법안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6대 뿌리산업 협동조합 이사장들은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파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극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파견 근로자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였다. 실제 뿌리산업 업체 중 10인 미만인 경우가 전체 68.4%를 차지하고 있는 등 뿌리산업과 대기업은 다소 거리가 멀다. 

야당이 법안 처리를 약속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경우도 중소기업 생태계의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처리를 합의 하기 전, 야당이 대기업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원샷법을 수용하겠다고 한 점은 오히려 원샷법이 중소기업에게도 필요한 법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주로 원청사업자인 대기업 부문에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공급과잉 등으로 인한 신규투자 지연이 계속되면 결국 중소기업이 따낼 수 있는 하청 사업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실 대기업의 부도가 중견·중소기업의 연쇄부도로 이어진 사례는 이미 IMF 사태에서 충분히 학습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서명운동이 마치 대기업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공개 로비’처럼 비춰지는 것 같다”며 “서명운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측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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