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8.10.18 13:39
위드이노베이션 홍보팀 이가희
위드이노베이션 홍보팀 이가희

넷플릭스의 ‘한달 무료 체험’은 달콤했다. 신규회원에게 제공하는 미끼인 걸 알면서도, 덥석 물어버렸다. 화려한 영상과 깔끔한 번역에 중독됐다.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쓴 사람은 없다’는 말을 떠올리며, 결국 정기구독을 결제했다. 누리던 서비스를 포기하려면 역시 결단력이 필요한가보다.

넷플릭스 같은 똑똑한 기업들은 행동경제학에서 힌트를 얻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줬다 뺏을 때’ 받는 충격에 주목한다. 물건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보다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상실을 혐오하는 우리의 성향, 즉 ‘손실회피’는 마케팅 분야의 전제조건이나 다름 없다.

여행업계도 ‘상실’의 경제학'에 민감하다. 혹여 예약이 어긋나 고객이 실망할 경우,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 특히 오버부킹이 만연한 숙박O2O 업계는 꾸준히 해결책을 고민해왔다. 여행길 들 뜬 기분을 망치는 건 넷플릭스 서비스가 만료되는 것보다 고객 관계에 있어서 치명적이다.

오버부킹은 취소 물량을 감안해 보유한 수량보다 많은 예약을 받는 전략이다. 숙소 입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계획과 다르게 모든 예약이 유지되면 문제가 생긴다. 업체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소비자는 대체재를 찾기 힘든 상황에 빠진다. 고객의 불만은 상품을 판매한 O2O 회사로 향하는 게 보통이다. ‘다시는 쓰지 않겠다’는 엄포가 쏟아지고, 고객센터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폭발한다.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돼 반복구매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어때 해결책은 항공사의 대응법과 유사하다. 여기어때는 올해 2월부터 안심예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숙소가 일방적으로 고객의 예약을 취소하면, 우리는 소비자에게 더 높은 등급의 숙소를 제공한다. 항공사의 티켓 ‘업그레이드’와 비슷하다. 오버부킹 피해자에게 예약한 등급보다 높은 수준의 좌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에게는 일종의 ‘행운’이다. 피해가 긍정적 경험으로 탈바꿈하고, 불만도 사라진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안심예약제 이용자 중 90%는 ‘만족했다’고 한다.

기업에게 고객의 신뢰는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다. 다양한 여행 O2O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겪은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버부킹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구제 방법을 업계가 고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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