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20 05:50

자율차시대 제반여건 '제자리걸음'…"모빌리티제도 신설해야"

(사진=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카카오T 캡처)
(사진=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카카오T 캡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신사업’으로 평가받는 국내 모빌리티 사업이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미래 모빌리티 사회를 구현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업계의 상생방안 마련이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는 5대 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2022년까지 3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5대 신사업에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를 위해 2020년까지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추진하고 2022년까지 전기차를 35만대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모빌리티 산업 가운데 하나인 ‘카풀’을 해커톤 의제로 정하고 카풀서비스에 대한 규제혁신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카풀 규제개혁은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발목이 묶인 상태다.

카풀 서비스가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이유는 택시업계와의 극심한 갈등 때문이다. 정부와 4차산업위는 모빌리티 등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삼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택시업계와 부딪히면서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택시업계가 4차산업위의 해커톤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위원회 1기가 끝날 때까지 카풀 문제는 공전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공유경제 육성을 위해 카풀영업을 운전자 당 1일 2회만 허용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택시업계는 정부가 카풀 영업을 허용할 경우 택시 운행실적의 약 59%가 잠식되고 약 27만명에 달하는 택시기사의 생계가 위험해진다며 카풀 서비스를 강력반대하고 있다. 특히 카풀 허용은 정부가 특정 기업집단의 이익을 염두에 둔 일방적인 규제개선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모빌리티 서비스를 대표하는 카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시대로 가는 첫 단추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 주요 IT‧자동차 제조사들은 앞다퉈 차량공유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각국 정부 역시 적극적인 투자로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모빌리티 시장의 경우 현재 470억달러 규모지만 2025년엔 2920억달러, 2030년에는 458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많은 공유업체와 다양한 유형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모빌리티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이 분야가 자율주행시대의 최대 수요처로 성장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차량 운행에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면 무인택시는 물론 무인택배, 차량호출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서비스는 운전기사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전혀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자율주행기술의 최대 수혜산업으로 손꼽힌다. 글로벌 자동차‧IT 업체들이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미래기술을 입힌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혈안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카풀은 아직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지 않는 현재의 기술수준과 시장을 고려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사업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운전자 역시 동승자를 태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배출가스 저감이나 교통체증 완화 등의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본격적인 모빌리티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택시업계와 신산업을 사이에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 혼란과 갈등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은 카풀을 출퇴근 시간에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을 뿐 모빌리티 사업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다.
 
우아한형제들의 대표인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지난 16일 열린 포럼에서 “동남아까지 디지털모빌리티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며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한국은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지금이라도 디지털 기술이 모빌리티 분야를 혁신하고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서비스별 중단기 과제를 선정해 첫발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국회가 나서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줘야 한다”며 “O2O 산업에 대한 법적 근거, 산업 분류, 조세 체계 등 제반 제도를 정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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